농협은행장 등 돌연 교체 속 1분기 실적 쇼크...우연인가?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이 어렵게 이뤄낸 '빅배스 효과' 어디로 갔나
농협은행 등 향후 경영성과 계속 주목받을 것...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NH농협은행을 비롯한 NH농협금융지주 계열의 '경영진 돌연 교체' 및 그 후 '경영실적 급격 악화'가 공교롭게도 이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돌이켜 보면 최근 몇 년간 NH농협금융에서는 주요 경영진의 '돌연 사임 뉴스'가 종종 발생했다. 지난 2018년4월19일엔 김용환 전 농협금융 회장이 차기회장 후보군에서 돌연 사임해 충격을 주었다. 당시 김용환 전 회장이 연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가 갑자기 후보 사임을 발표하자 각계에선 여러 반응이 나왔다. 자의냐 타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조차도 그런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용환 전 회장은 농협은행 등에 대해 빅배스(부실채권정리)를 과감히 실행해 건전성 강화 및 새로운 성장 기반 마련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까지 받았으나 회장 후보에서 돌연 사임하자 인사배경이 무엇인지를 놓고 술렁거림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농협금융에서의 돌연 사임 뉴스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올 3월에 또 발생했다.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 취임 한 달여 만에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 모두 7명이 3월초 돌연 사퇴의사를 밝혀 또다시 충격을 주었다. 경제계 일각에서도 "당황스런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대훈 당시 농협은행 행장 등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3개월 전에 재선임이 결정 됐고 정상적인 임기를 수행하던 차에 돌연 사임했다. 일각에선 지배구조상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금융업계 취재를 오래 하고 글을 써 온 기자가 보기에도 "이런 당혹스런 일"을 예전엔 목격하지 못했을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사진=최미림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NH농협은행. /사진=최미림 기자.

게다가 NH농협금융을 총괄 지휘해야 할 김광수 현 농협금융 회장도 2년이라는 다른 경쟁금융그룹 회장보다 짧은 임기를 마치고 4월에야 임기 연장이 결정됐다.

NH농협은행장 등이 돌연 교체된 이후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에선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나. 경영 실적이 좋게 나왔나. 그렇지 못했다. 최근 발표된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 등의 올해 1분기 실적은 기자가 보기엔 아주 실망스런 '쇼크 수준'이었다. NH농협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338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327억원 대비 무려 21.7%나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NH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1분기 실적도 크게 줄긴 마찬가지였다. 이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보기에 '코로나19 쇼크 탓'만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큰 실적 감소로 여겨진다. 1분기 신한금융그룹은 9000억원 넘는 순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측은 "1분기엔 코로나19 쇼크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그룹도 1분기에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경쟁 금융그룹들은 1분기에 코로나19 쇼크를 거의 받지 않고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는데 NH농협은행과 NH농협금융에선 무슨 일인지 실적이 크게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농협금융에선 은행과 증권의 유가증권 및 외환 등 파생손익이 전년 대비 3614억원이나 줄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 등은 김용환 전 회장 시절 빅배스를 과감히 추진해 부실채권을 크게 정리하고 그 영향 등으로 지난해까지는 양호한 실적 행진을 해 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중 돌연 경영진 교체가 있었고 올해 1분기 실적이 돌연 악화됐다. 이게 우연인지, 아닌지는 알 바 없으나 경영진 돌연 교체가 있었던 분기에 공교롭게도 실적이 추락한 것은 주목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NH농협금융은, 그리고 NH농협은행은, 이제부터라도 "예측 가능한 경영진 인사" 등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한 전직 농협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가진 통화에서 "농협금융 경영진들도 이제는 타 경쟁금융그룹 경영진과 비슷한 수준의 임기가 보장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소신 있게 경영할 수 있다는 게 이 전직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 농협금융 전직 고위관계자는 아울러 "정상적 프로세스를 거쳐 임기가 연장된 농협은행장 등 주요 경영진이 돌연 교체 되는 등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면 해당 은행 및 금융그룹의 대외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돌발 인사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농협은행 등은 대외신뢰를 강화하는 일 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은 앞으로는 예측 가능한 경영진 인사와 위기 관리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연임된 농협금융 회장과 농협은행의 새 은행장 등은 '말로 약속한 것 만큼 실력으로 새로운 경영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예측불허의 인사 관행 및 실적 쇼크가 반복될 경우 대외 신뢰 악화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것이다. 특히 전임 회장이 빅배스 등을 통해 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워 놨으면 후임 경영진들도 그런 기반을 잘 활용해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올 1분기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현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도 새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거듭 강조하는데 NH농협은행 등의 경영 성과는 앞으로도 계속 대내외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돌연 교체돼 새 자리에 앉은 핵심 경영진이 경영실적 마저 계속 실망스럽게 내놓는 다면 고객 또는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기자는 "이제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혁 등이 이뤄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농협중앙회도 이제는 농협금융의 인사 시스템을 중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경영진 인사 불확실성이 커지면 그 조직의 경영도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농협금융 인사권자나 주주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융산업은 공적인 특성도 많이 갖고 있는 만큼 특정 세력에 의해 인사 시스템이 흔들려서도 안된다고 본다. 내친김에 농협금융 및 주요계열 대외부서 직원들도 대외 관계를 할 때 친절함과 성실함, 공손함을 중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부분의 직원은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부만이라도 잘 못하면 그 또한 좋은 일은 아니라고 본다. 기자가 그간 실제 경험하고 들은 것이 있어 이 첨언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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