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모기업 투자 아닌 자체의 수익 창출이 절실하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팀 이름에 연고지역보다 구단소속 기업을 강조한다.

MLB가 아직 올 시즌 개막을 못한 상태에서 미국인들은 ESPN을 통해 KBO리그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이고 있다. 리그의 10개 팀 가운데 어떤 팀을 골라서 응원하는 지에 대해서도 골몰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는 주의 약칭인 NC와 같아서 "NC다이노스를 응원한다"는 지역주민들의 글이 트위터에 자주 올라온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연고지로 하는 MLB 팀이 없는데다, 이 지역은 생물학사에서 공룡들의 서식지역으로 유명하다. 팀 상징이 공룡인 NC다이노스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배경이다.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는 왠지 자동차기업을 갖고 있는 기아타이거즈에는 별 관심이 없다. 현대자동차가 디트로이트의 우수자동차 경연에서 상을 받은 적도 여러 번인데 자동차는 자동차고 야구는 야구다.

현지 언론인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는 응원팀을 고르기 위해 우선 이 지역 야구팀인 디트로이트타이거즈 출신 KBO 선수들을 살펴봤다. 개막전 3점 홈런으로 롯데자이언츠의 역전승을 이끈 딕슨 마차도와 한화이글스의 완투 승리투수 워윅 서폴드가 이 팀 출신이다. 두 선수의 놀라운 활약도 현지 언론의 눈길을 그다지 끌지 못했다.

이 신문은 이끌리는 '얼굴'보다 이끌리는 '색깔'을 주목했다.

디트로이트에는 프로미식축구 NFL 디트로이트라이온즈가 있다. 이 팀이 NFL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1957년이다. 이는 NFL의 양대 리그인 NFC와 AFC가 1970년 합치기 전이다.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NFL의 한 해 챔피언을 결정하는 슈퍼볼 54년 역사에 단 한 번도 진출한 적이 없는 유일한 팀이 디트로이트라이온스다.

이 팀의 '호놀룰루 파란색' 사자는 줄곧 패배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KBO리그 38년 역사를 연구한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는 같은 색깔, 같은 상징의 삼성라이온즈는 그런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삼성라이온즈의 박해민이 지난 6일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SPOTV 화면캡쳐.
삼성라이온즈의 박해민이 지난 6일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SPOTV 화면캡쳐.

이 신문은 "(삼성)라이온스는 8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KBO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팀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ESPN을 통한 삼성라이온스 경기 시청을 독려했다. 기사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쌍벽을 이루는 초일류기업 삼성의 야구팀이다. 외국의 팬으로서 이만큼 믿고 응원할 만한 팀을 고르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개막시리즈 결과는 삼성의 상대인 NC가 3연승을 챙겨갔다.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가 기사를 내보낸 후 시점을 38년이 아닌 최근 5년으로 좁혀서 다시 살펴봤다면 "아뿔싸"라는 비명을 질렀을 지도 모른다.

사실 삼성은 예전과 달리 모그룹의 전폭적인 자금지원으로 우수 선수를 싹쓸이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팀의 구조조정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

KBO리그는 얼마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던 뜻밖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시즌이 개막돼 해외 팬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들이게 됐다.

수준 높은 경기력과 호쾌한 승부를 보여준다면 팀의 수익기반이 엄청나게 확대될 수도 있다.

프로스포츠를 '머니게임'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외국 프로스포츠와 좀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많은 투자를 전적으로 구단주의 자금력에 의지한다. 강한 팀이 막대한 팬 층을 갖고 있고 경기 중계권료도 더 비싸게 팔면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려 계속 강팀을 유지하는 외국의 구조와 많이 다르다.

오로지 모기업 홍보에 도움 된다는 마음의 위안을 찾으면서 구단주가 손해를 감수하고 투자를 많이 해주기 바란다. 하지만 구단주는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이 팀 가치 상승을 통해 더 많은 수익으로 돌아온다는 기대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해서는 장기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돈을 벌지 못하는데 '프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어렵다.

모 기업 제품의 판매가 부진하다고 해서 잘 나가던 야구팀 성적도 함께 하위권으로 끌려내려가는 구조는 프로답지 못하다. 이제 프로야구 또한 산업으로서 수익성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2000년대 이전, 경기당 평균 관중 5000 명도 어렵던 시절에 자체 수익창출이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1만 명이 넘는 지금은 "꿈도 꾸기 어려운 얘기"라며 이걸 회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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