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30 07:17 (토)
'스승의 날', 스승께 가장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라면
'스승의 날', 스승께 가장 들려드리고 싶은 말이라면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5.15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인생은 세상 모든 곳에서 '스승'을 만난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스승의 날' 선생님들이 이날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존경합니다"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뭘 또 이런 걸 나한테 물어?'라는 심정에서 설문 항목 중에 제일 무난한 것을 고르지 않았나 추측된다.

서울 충암고 교사들이 15일 학생들의 '스승의 날' 영상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충암고 교사들이 15일 학생들의 '스승의 날' 영상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직에 몸 담지 않더라도 사람은 누군가에게 사표(師表)가 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정신적 스승'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쳐본 입장에서 제일 피로에 휩싸이는 것은 한 번 한 얘기를 자꾸자꾸 또 해야 되는 것이다. 나이도 나보다 젊고 배우기도 잘 배운 사람인데 왜 한 번에 알아듣지를 못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는지... 

아주 들 떨어진 사람이면 측은지심으로 대하겠지만, 일 할 때말고 다른 행동거지로 보아하니 정신은 말짱한 녀석이다. 심지어 총명하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라고 넘어가는 건 매우 쉽게 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쉬운 처리방식이지 정확한 해답은 아니다. 더 이상 저 친구한테 얽매이지 않고 내 할 일만 하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석연치 않은 의구심이 담겨있다. 내가 하는 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다.

이 친구가 나를 대할 때와 나의 다른 동급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런 정황이 엿보일 수도 있다.

내 말은 안 듣고 다른 사람 말만 신뢰해? 인지상정으로 당연히 섭섭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저 친구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전형적인 소인배의 처신이다.

세상일에 그만한 사유가 없는 것은 없다.

내 아랫사람이 유독 나를 우습게 여긴다면,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됐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의 잘못을 발견했다면 고칠 일이고, 그것이 잘못이라기보다 저마다 처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각자 갈 길이 다름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아랫사람으로 인해 이런 일을 겪는 건 참 서운하다.

하지만 오랜 세월 지금의 이 일을 해 온 동안에는 이런 후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출근하면 얼굴보이는 후배로만 알았는데 어느 날 무슨 일을 하는 방식을 보니 언젠가 내가 그에게 시범을 보인 그대로다.

지금 상황에 맞는 방식이라면 내가 윗사람 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게 아니라 상황이 조금 달라 대응방식을 달리해야 되는데 고지식하게 배운 대로만 매달리는 것이어도 이를 고쳐주기 전에 편안한 웃음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동시에 나의 막중한 책임감을 한 번 더 인식한다.

어쩌면 나는 아주 가벼운 얘기를 한 마디 한 건데 저 친구는 이를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 가슴에 깊이 새긴 것이다. 앞으로 저 친구 인생에 대해 무한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된다는 다짐을 아니할 수 없다.

내 말을 귀담아듣는 후배라면, 그가 윗사람인 나에게 서슴없이 소신을 표출하는 것도 얼마든지 편하게 들어줄 수 있다. 가르쳐준 대로 써먹으려고 곰같이 매달리던 모습이 떠올라서 좀 무례하게 대드는 것 역시 참고도 남음이 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일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기왕 하는 일이라면 생각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 호흡도 맞고 더 많은 효과가 난다.

한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하던 시기에는 재무 관료들 사이에 이런 관계가 많았다.

서기관 사무관으로 처음 만났을 때 유독 손발이 척척 맞는다 싶더니 초년관료시절부터 성과도 훌륭해서 둘 다 승승장구했다. 마침내 장관 차관으로, 경제부총리와 장관으로 신나게 함께  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서 상하관계가 이런데, 평생 나를 가르치신 스승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한 번 가르친 것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드리는 게 스승에게 가장 큰 보람을 드리는 것이다.

나의 대학시절 스승께서는 나한테 여러 가지 고쳐야 할 점을 강조하셨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는 것만 계속해서 써먹으려하고 새로운 걸 배우려 안한다"는 지적이었다.

공부를 그만두고 '하산'해서 기자가 된 오늘날에도 잊어서는 안 될 가르침이다. 당장 최근 10년만 해도 양적완화, 재정절벽, 긴축발작에 마이너스 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국제유가까지 은행원 시절이나 기자가 처음 됐을 때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 쉽지 않아서 이 기사 안 쓰고 맨날 쓰던 것 또 써서 오늘 하루 넘기려는 건 어려서 스승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을 저버리는 것이다.

가르침을 받은 것이 하나도 없는 인간은 무용지물이다. 배운 것을 오늘날에도 잊지 않고 이렇게 매사를 대하는 교훈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드리는 것이 특히 '스승의 날'에 해야 할 도리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