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거시경제의 양대 지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즉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한국에서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책임으로 한국은행법에 명시돼 있다. 경제성장률은 이러한 뚜렷한 언급은 없지만 예전의 경제기획원 부총리와 재무부장관을 포함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책임지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오히려 국민적 인지도에 있어서는 경제부총리의 성장률 책임이 한은 총재의 물가책임보다 더 뚜렷하다.

두 경제지표는 기재부와 한은이 서로 교차해서 집계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기재부 산하기관인 통계청이,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국민계정 통계는 한은이 집계한다.

그러나 저물가의 장기화로 인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목표제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24일자 금융브리프 글로벌금융이슈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에서 명목성장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전환은 당장 현실적인 어려움들이나 타당성의 문제들이 제기된다.

금융연구원은 명목성장률 목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물가안정목표제의 유용성이 협소하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는 물가안정과 함께 최대고용 달성을 정책의 목표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저물가를 타개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는데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명목성장률로의 목표전환은 급속한 경기하강 국면에서 유용하다는 것이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지라는 금융연구원의 설명이다.

명목성장률은 실질성장률과 달리 물가 변동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가장 주목되는 지표인 실질성장률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성장률이 오르는 효과를 최대한 없애도록 편제되지만 명목성장률은 물가상승에 의한 성장률 상승도 그대로 반영한다. 그래서 경제지표와 체감지표의 괴리가 더 커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에 비해 경제성장률은 집계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집계의 지연은 경제상황을 신속히 반영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은 이에 대해 통계기법의 발달로 일부 국가에서는 분기별뿐만 아니라 월별 GDP 집계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통화정책만을 수단으로 갖고 있는 중앙은행의 성장률 목표설정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경제부처는 하나의 수단만 갖고 있는 중앙은행과 달리 예산, 세금 등 보다 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다.

오로지 성장률만을 목표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한다면 정책 목표와 무관한 광범위한 경제상황 변동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정책에 따른 효과를 예상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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