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책여력 고갈 우려 속의 결단... 공동체의식으로 호응해야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5%로 내렸다. 사상 최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한국에서는 이날 감염자수가 또 다시 크게 늘었다.

방역의 관점에서 재확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면 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은 피할 길이 없다. 한동안 기대와 달리 불확실성의 터널이 더욱 길게 이어지게 됐다.

같은 날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을 수정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마이너스 0.2%로 낮췄다. 1998년 이후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5월부터 예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다. 이렇게 내려놓고 올려야 할 때 제대로 올릴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은 늘 한국은행에 따라붙는 것이지만, 지금의 심각한 국면에서 그런 고민까지 할 겨를이 별로 없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으로서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되새겨야 한다. 한국은행이나 금융시장 사람들만 명심할 얘기가 아니다.

Fed는 지난 3월3일 일정에 없던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소집하고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금리(rate) 인하가 감염속도(rate)를 낮추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주역인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명언과 비슷하다.

1940년 5월말~6월초 30여만 명의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이 덩케르크에서 기적적으로 독일군 포위에서 벗어났다. 이 병력이 탈출하지 못하고 궤멸됐다면 아마 영국 역시 나치 독일의 침략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다. 탈출한 병력은 연합군이 끝내 승리하는 밑바탕이 됐다.

워낙 절망적인 포위망이었기 때문에 탈출 작전 성공에 격찬이 쏟아졌다.

그러나 처칠 총리는 "전쟁은 철수하는 것으로 이길 수 없다"는 냉정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 이후에도 한동안 유럽은 팽창하는 나치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프랑스가 무너졌고 유럽은 영국을 제외한 대륙 전체가 나치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철수 작전 후 4년 만에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유럽에 복귀했고 그로부터 1년 후 승리했다.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영화 '덩케르크'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경제침체가 심리 위축이나 자금흐름 경색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염병 확산이 원인일 때 금리인하는 그렇지 못하다. 위축된 경제활동으로 인해 건전한 기업과 가계가 무너지는 걸 막아주고 시간을 벌어주는 방어벽일 뿐이다.

전염병을 치유하는 백신이 개발되거나 그 이전에라도 국가의 방역정책에 전 국민이 호응해 꼭 필요한 경제활동을 안전하게 해 나가는 것이 금리인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처방이 된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한은 스스로가 발행하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의미다.

중앙은행이 정책 여력 고갈의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를 내렸다.

국민들이 그에 부응하려면 지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끝낼 수 있도록 합심하는 것이다. 만약 공동체의식을 저버린다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또 내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 들 이는 바이러스의 배만 불리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의 민관 합동대처에서 전 세계의 큰 호평을 받았다. 상황이 길어지더라도 국민들이 지구력과 강인함을 잃지 않고 반드시 값진 결실을 맺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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