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카타르 LNG선 수주, 지난해 중동3국 외교의 중요한 결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카타르는 2019년 아시안컵 축구 우승국이다. 준결승에서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를 4대0으로 꺾고 결승에서는 일본을 3대1로 누르는 압도적 실력을 과시했다.

카타르의 경기력에 비춰볼 때 8강전은 약간의 미스터리를 남겼다. 카타르는 이 경기에서 줄곧 수비에 치중하다 후반 33분 기습적인 중거리슛 한 방으로 승리했다. 상대는 한국이었다.

대회 내내 한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카타르가 4강과 결승에서 보여준 압도적 경기력에 비춰볼 때, 굳이 수비위주 전략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카타르가 한국을 가장 어려운 상대로 여기고 경기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한국을 이기기가 우승만큼, 또는 우승보다도 어렵다는 생각을 이때 한국을 방문하고 있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도 내비쳤다.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카타르의 승리를 축하하며 "우승하기 바란다"고 덕담을 하자 타밈 국왕은 "한국을 이긴 것만도 기쁘다"고 대답했다.

타밈 국왕은 2022년 카타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개최할 때 한국의 2002년 월드컵 개최 경험으로 도움받기를 희망하며, 카타르는 이미 2006년 아시안게임을 한국과 함께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2019년 1월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게 패배했을 때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한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카타르 영자지 걸프타임스의 당시 정상회담 보도 모습. /사진=걸프타임스 화면캡쳐.
한국이 2019년 1월 1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게 패배했을 때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한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카타르 영자지 걸프타임스의 당시 정상회담 보도 모습. /사진=걸프타임스 화면캡쳐.

타밈 국왕의 2019년 1월27~28일 한국방문에는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에너지장관이 동행했다.

카타르의 영자언론 걸프타임스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사드 장관은 카타르가 LNG선 60척을 새로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현재 보유중인 50척의 LNG선 상당수를 한국으로부터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의 이같은 움직임이 최근 국내 조선3사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카타르 LNG선 100척 수주로 결실을 맺기에 이르렀다.

걸프타임스는 이번 계약 체결식에서 사드 장관이 "카타르는 북부 유전의 확대와 함께 LNG 생산을 현재의 연간 7700만 톤에서 2027년 1억2600만 톤으로 늘려 세계의 클린에너지 수요에 부응할 것"이라며 "이번 계약 체결은 이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드 장관은 "2027년까지 향후 7~8년 동안 필요한 우리 LNG 수송선의 60%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드 장관은 또 한국이 카타르의 핵심적이고 전략적인 에너지 파트너라고 강조하고 성윤모 통상산업자원부 장관과 조선3사에 카타르와 한국의 산업협력에 대해 감사했다고 걸프타임스는 전했다.

타밈 국왕이 2019년 한국을 다녀간 한 달 후에는 UAE의 국정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군 부총사령관이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방한 기간 한국과 원전, 국방협력뿐만 아니라 두 나라가 공유한 재벌주도 경제의 개선에 대한 협력도 강화했다.

이로부터 4개월 후인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국정총괄을 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두 나라의 83억 달러 규모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 방문 중 삼성그룹의 이태원 VIP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자신의 '사우디비전 2030'에 한국 기업들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카타르와 UAE,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정세로 인해 2017년 외교관계가 단절되는 갈등을 빚었다. 이들 국가는 역내의 정세 속에서 대외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세 나라 정상이 모두 2019년 1~6월 한국을 방문했다.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2017년 3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건너뛰던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조선3사의 이번 LNG선 100척 수주는 당시 중동지역 정상들 방문에서 비롯된 중요한 외교성과의 하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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