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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이 돈을 더 받는 세상이 온다
비정규직이 돈을 더 받는 세상이 온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6.2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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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일자리, 필요할 때만 '리얼 프로'들이 등장할 것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영화에서 '리얼 프로'는 꼭 필요할 때만 나와서 엄청나게 일을 잘하고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사람이다. 놀라운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서 일이 생기면 누구나 그 사람을 찾는다. 일하는 대가 역시 엄청나지만 일을 맡긴 사람은 성공을 100% 확신하는 가운데 그 수익이 이 사람에게 주는 보수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맡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뻐한다.

일을 다 마친 후에는 이런 놀라운 재주가 있는 사람인지 전혀 티를 안내고 평소 자기가 푹 빠져 있는 놀이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정말 멋진 인생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살기를 꿈을 꾼다.

당연하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인생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매우 찾기 어렵다.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나 바둑기사의 삶이 이와 비슷하다.

바둑기사 조치훈 9단이 일본 3대 챔피언전의 마지막 아성을 무너뜨린 1983년 기성 챔피언을 갖고 있던 후지사와 히데유키의 삶이 이와 비슷했다.

그는 조 9단에 패해 타이틀을 내주기까지 6년 동안 일본 바둑 상금1위인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소 그는 "1년에 네 경기만 이기면 된다"며 좋아하는 술을 즐기며 살았다. 그 대신 챔피언전 7전 4선승제가 열릴 무렵이 되면 일체 술을 끊고 바둑에 정진했다.

하지만 이는 확실히 영화 속에나 등장하거나, 영화 속 인물과 다를 바 없는 극히 일부 유명  사들의 얘기다.

현실의 대부분 사람들로서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만큼 경쟁력이 높은 자신을 만들어내기가 극히 어렵다.

누구든지 몸 상태가 쾌적해 일을 잘할 수 있을 날만 출근해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칭찬받는 직장 생활만 하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근무했다간 한 달에 열흘도 일을 못할 것이니 자기 한 사람 생활에 필요한 돈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식구를 부양하는 건 꿈도 못 꾼다.

기본 생계가 보장되려면 사람은 일정한 시간 이상의 근무일, 그리고 그에 따른 일정금액 이상의 급여가 보장돼야 한다. 현재의 노동제도는 이러한 전제 아래 이른바 '정규직' 형태 노동을 기본으로 만들어졌다.

채용현장 구직자들. /사진=뉴시스.
채용현장 구직자들. /사진=뉴시스.

일거리가 극히 예외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때가 아니라면, 이는 기업의 일부 불이익 감수를 가져오는 것이다. 노동력이 꼭 필요한 때가 아니지만 정기적인 임금지출을 계속해야 한다. 물론 현대 사회의 경제와 사회철학에서 여기에는 단순히 기업의 인건비 지출 한계 효용 차원을 넘어선 사회의 안전망 확보와 그에 따른 이익이 기업에 다시 돌아간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몇 차례 경제위기를 겪더니 어느새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너무나 커졌다는 얘기를 흔히 한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경제위기 때문 만이었을까. 점점 사람의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는 경제구조 변화도 한 원인이 됐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채용이 이익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 비정규직 채용이 더 이익이고, 노동자 입장에서 고용보장이 되는 정규직이 더 이익이라고 한다면 급여체계는 비정규직의 급여가 더 높아야 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한 것이 아닐까.

10년 고용보장커녕 다음 달 다시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면 이 사람은 정규직 직원에 비해 고용보장을 못 받는 것 역시 보상체계의 불이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에는 단순히 고용보장 여부 때문만으로 비정규직이 돈을 더 받게 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오래 유지돼 온 노동의 전제조건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사회 체제가 변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성향도 바뀌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장기근속을 원한다는 전제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을 떠난 나만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모두 '정규직이 못 돼서 비정규직이 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고칠 것도 제시하고 있다.

'마이너리그 노동자'로서의 비정규직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초빙해서 쓰는 '리얼 프로'들이라는 방향으로 노동자와 기업 모두 새로운 사고방식을 세울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논의가 활성화된 근본 이유

앞으로의 국가 경제는 국민들로부터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소비활동을 더 기대하게 된다. 기본소득 논의가 활성화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거리가 점점 줄어들면, 한번 발생한 일자리에는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나타나야 한다.

한국에서 공무원과 공사 직원 자리가 최고 인기라는 건 아직도 제대로 된 성장엔진을 못 찾았다는 얘기다.

그토록 원한 공무원과 공사, 대기업에 취직했으면 아무런 불만 없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 상사의 '갑질', 직원들간의 '정치 싸움'에 심신이 피폐해진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 건 또 무슨 연유인가. 그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직을 하고 나서는 저마다 이것이 과연 내 삶의 본질인가라는 회의에 빠져있다는 의미다. 개개인뿐만 아닌 사회 전체가 회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리얼 프로'라는 것이 꼭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양복을 빼 입고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만이 아니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지닌 사람이 운동선수만 되야 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판에서 남다른 신체능력에다 지식과 경험을 갖춰 많은 작업량을 해내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이 산업현장에서의 '리얼 프로'다. 그 성과가 너무나 뛰어나면 머리에 빗질하고 넥타이매고 다니는 금융가 일류 컨설턴트에 못지않은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 정도 뛰어난 노동력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그 사람은 하루에 정해진 시간의 노동과 함께 퇴근 후나 일이 없는 기간에는 남다른 신체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과 재투자의 동기부여도 가질 수 있다. 그 대신 그 사람 하나를 씀으로 인해 다른 노동자 몇 사람을 고용할 필요가 사라지는 면이 있다. 사회가 이에 대해 보여주는 태도가 얼마나 경직됐는가에 그 사회의 미래 적응력이 달려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나와서 적당히 일하기보다는 정말 잘 하는 사람이 나와서 모든 일을 다 하고 그 생산물의 일부는 기본소득으로 공유하는 사회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된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도 돈을 잘 쓰면서 사회에 새로운 성장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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