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개발 여부, 속도 따라 전세계 경제성장률 좌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 확대 속 삶의 변화 불가피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이번 추석은 만남 대신 전화로 건강과 안부를 물어주세요" "명절에 고향방문을 자제해 주세요" "추석 연휴 전국 국립묘지 서울현충원 운영 중지"

추석 연휴 며칠 전부터 정부 당국은 이 같은 당부 메시지를 보내왔다. 각 구청의 코로나19 확진자 안내 문자와 함께 연일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울렸다.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말아 달라고 당국이 권유하고 시골의 부모님들이 TV 광고를 통해 "올해는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도 한다. 말 그대로 사상 초유의 사태다. 어디 이뿐이랴. 추석에나마 넉넉한 인심을 나눠야 할 사람들이 올해만큼은 그저 견디는 삶을 살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마라톤 마니아인 기자는 연휴를 이용해 호주 브리즈번의 해안가를 뛰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1년 전 호주행 왕복 비행기 표와 시드니마라톤 풀코스 참가권을 예약해 놓았더랬다. 나의 삶이 예상대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단 하나도 없었다. 1998년 IMF 구제기금 요청 소식이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는 나라 경제에는 큰 타격을 안겼겠지만 나 자신이 직접 피부로 실감하지는 못했었다. 이번만은 다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뒤흔들어 놓았다. 각국의 공항이 빗장을 걸어잠궜고 가게들은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기업들도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따라 울고 웃게 됐다. 

마스크 쓴 서울 시민. /사진=뉴시스.
마스크 쓴 서울 시민. /사진=뉴시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코로나19)는 지난 3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거쳐 아직까지 전 지구를 할퀴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전 세계의 변화는 사실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3300만명을 넘어선다. 사망한 사람만 100만명을 돌파했다. 사망자 100만명은 5대 전쟁(베트남전, 한국 6.25전쟁,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걸프전 등)을 합친 숫자를 넘어선 것이라고 외신들은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위력은 팬데믹 200일을 넘어선 현재도 여전하다. 각국의 백신 개발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9월 말 기준 총 17개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일반접종을 시작했고 러시아도 백신 접종의 뒤를 이었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 여부는 차치하고 속도 면에서는 다른 국가를 앞선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년 4월에 모든 미국인이 접종 받을 수 있는 수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들은 그때 까지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견이 엇갈린다.

백신이 개발되면 세계 경제는 상당수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어느 정도 일치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각국의 팬데믹 대응 정책 등을 감안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6.0%에서 –4.5%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모든 국가에서 산발적 감염 확산이라는 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은 코로나19 재확산 속도와 백신개발 상황이 경제 회복을 좌우하게 된 셈이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면 우리 삶은 예전처럼 회복될까. 경제 성장률에서는 어느 정도 회복될지 모르지만 개개인의 삶은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가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언택트(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재택근무와 홈에듀케이션이 중요해지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기 또한 어느 정도는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동안 각광받았던 공유경제가 시들해지는 대신 개별경제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체여행객 위주의 여행관광 산업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다. 공연문화계 역시 온라인 공연이 자리잡아가면서 종전까지의 오프라인 방식과는 다른 형태가 자리잡을 것이다. 

코로나 백신의 개발 경쟁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가열되는 가운데 우리 삶은 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명확한 것은 코로나 백신 개발로 경제 성장률이 회복된다고 해도 소소한 우리의 삶은 코로나 이전으로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경제 회복 뿐 아니라 삶의 변화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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