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나는 훈장 받지 않을 것...지금은 내려 올 시간 찾고 있어"
"정치인, 당국도 국민만 바라보며 사심 없는 정책 펼쳐야 할 때"

가수 나훈아. /사진=뉴시스
가수 나훈아.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20년 10월 4일.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다. 참으로 조마조마 했던 추석 연휴였다. 하루 전 개천절 일만 해도 그렇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민의의 광장 광화문은 폐쇄됐다. 서울 도심에서 일부 차량 시위만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전현직 법무장관 자택 주변에서의 차량 시위가 눈길을 끌었다. 현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철통같은 방어벽 사이로 튀어 나왔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인파의 시위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어느 한편의 민심이 험악했다는 것 만은 느낄 수 있는 개천절이었다.  

작금의 한국 상황이 간단치 않다. ▲북한군의 총격에 목숨을 잃은 공무원 문제는 향후 남북관계 재설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한다. ▲최근 특정인 군대의혹 문제를 제보했던 국민이 일부 권력층으로부터 한때 죄인 취급받은 일은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집값-전세가격 뛰어 주거불안 겪는 분들, 빚이 늘어 고생하는 가계나 기업들을 볼 때 우리의 경제-민생이 얼마나 큰 불확실의 상황 속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 빚과 연금부채가 2000조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의 국가채무는 1070조원, 연금부채는 10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9월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벌어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은 지난해 3475곳으로 전년 대비 239곳(7.4%)이나 늘었다고 한다. 역대 최대라고 한다. 올해엔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져 한계기업 증가걱정은 더 커졌다고 한다. 올해엔 한계기업이 5000 곳을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가계와 기업의 빚도 눈덩이처럼 쌓인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합이 370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206%를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공공부문 확대 정책 영향으로 지방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방공무원 수는 약 5만 명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시군구 226곳 중 절반이 지방세 거둬 월급도 못줄 형편이라고 한다. 이 신문은 이어 "임대차보호법 후폭풍 속에 최근 서울에서는 월세(반전세포함)가 사상 처음 전세를 앞질렀고 서민 주거비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빚은 쌓이고 민생은 좌불안석이다. 

게다가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은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인구절벽 우려는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KBS는 한 진단 프로그램서 "2018년 0.98명이던 출산률이 지난해엔 0.92명으로 더욱 낮아졌다"고 강조했다. 2020년 들어선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출산율 추락 걱정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부채 급증, 민생 악화 이유로 코로나19 여파만 탓할 수도 없다. 그간 부실기업구조조정을 게을리 한 결과이기도 하다. 시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이 더 많아져야 하는데 슈퍼예산, 거듭된 추경, 연기금 개혁 미흡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사정 악화로 세수불안이 커지는 점도 빚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나라 경제가 이토록 위험해질 때는 민심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 하는데 각종 갈등 요인이 빈발해 걱정이다. 당국발 또는 정치권발 공정 논란이 없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돈 쏟아 붓는 경제정책 보다 인기 없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연금개혁 등의 정책이 심도 있게 추진돼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러니 이번 추석엔 웃지 못하고 긴 한숨만 내 쉬어야 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겐 아직 미래를 주도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업, 유능한 일꾼들이 많이 있다. 가수 나훈아가 2020년 9월30일 KBS2TV의 언택트 공연 '대한민국 어게인'을 통해 "우리의 위기를 구할 주체는 바로 우리 국민"이라며 "우리 국민은 반드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 공감한다. 기자는 이 소식을 10월 1일 추석 칼럼으로 전한 바  있다.

그런데 나훈아의 메시지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또 있다. 가수 나훈아는 "나는 훈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훈장을 받으면 그 값을 해야 하니까 그 무게를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나훈아는 그러면서 "나는 지금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다"고 했다. "언제쯤 마이크를 놔야 할까하고 시간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민하는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하는 사람들, 정책하는 사람들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사심없이 경제 회생, 민생 회복, 민심 통합에 기여하는 일들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나라가 건강해진다. 가수 나훈아의 교훈이 새삼 크게 와 닿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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