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등 힘들 때는 민심 챙기며 다독이는 게 순리
과거 무인통치 시대, 그리고 독재 북한도 민심은 매우 중시
한국도 분열된 민심 다독이고 민심 반하는 인물은 교체해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에서의 전례없는 심야 열병식이 주목받은 가운데 통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특히 이목을 집중시켰다.  

심야에 열병식이 이뤄진 점, 신형 ICBM을 비롯한 신무기가 공개된 점 등은 예상 그대로 남한과 미국 등으로 하여금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하지만 더욱 두드러진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인민을 다독이는 감성행보였다.  

조선중앙TV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열병식 도중 연설에서 눈물을 흘리며 인민들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 "고맙다"를 반복하며 민심을 다잡는 모습을 보였다. 심각한 경제난, 수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인민들에게 감성의 정치를 하고 있음이 크게 부각됐다. 수해복구에 동원 된 인민군, 전체인민 등에 각별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뉴시스.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뉴시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지독한 독재국가다. 1인독재 국가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존엄'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의 말이 법이고 통치다. 그런 무소불위의 김 위원장도 존중하거나 경계하는 게 있었다. 바로 민심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체제유지나 민심을 다잡기 위해 과감한 숙청도 수없이 단행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국민 앞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민심을 통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이런 상황을 보면서 문득 과거 고려 무인통치시대가 떠오른다. 문인들보다 지식에서 부족한 무인들도 경계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민심이었다. 그리고 명분이었다. 사극이나 역사서에 따르면 무소불위 힘자랑을 일삼던 무인들도 왕실 등을 향해 실력행사를 하기 전에 먼저 민심을 살폈다. 민심을 설득할 명분을 찾은 뒤에 무력행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민심을 한데 모으는 것, 그건 체제를 막론하고 위기 극복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1997년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국민이 금모으기에 나서고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협조하던 모습은 그래서 소중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돼 있다. 

지금 북한의 상황도 어렵지만 남한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에 이은 코로나19 쇼크로 대한민국의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은 더욱 곤궁해졌다. 게다가 서울, 수도권 등의 집값 폭등에 이은 극심한 전세시장 악화로 주거불안 마저 심각한 지경이다. 일자리 불안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정부도 중요 정책이 실패하면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고위층을 둘러싼 잡음도 제거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특정 고위층이나 특정 이슈를 둘러싼 민심이 확 갈라져 있다. 경제 양극화도 심각하다. 민심 화합, 포용의 리더십이 굉장이 중요한 상황이다.

북한처럼 독재가 심한 곳에서도 민심을 모으려 안간힘을 쓴다.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나 민심에 방해되는 당국자는 과감히 숙청도 한다. 우리의 대한민국도 정책에 실패하거나 공정논란 등을 유발하며 민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당국자는 능력있는 인물, 공정성이 강화된 인물로 교체도 하고 국민이 억울한 일 당하면 보듬기도 하면서 민심 통합에 나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스포츠, 연예인 등 슈퍼스타도 관리를 잘 못하면 인기가 거품이 될 때가 많다. 지지율이나 민심도 마찬가지다.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하거나 먹고살기 어려워지는 일이 심화되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게 민심이요 지지율이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이 민심을 다독이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 준 것도 민심이 그토록 소중하다는 것을 대변해 주는 대표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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