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박스, 구본준 고문 계열 분리 반대..."소액주주 이해에 어긋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LG는 국내 재벌그룹 가운데서 대단히 독특한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정부가 재벌들의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을 촉구할 때 LG는 이미 자발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춰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 있었다. 2003년 순환출자의 빈틈을 노려 외국펀드인 소버린이 SK의 경영권을 대대적으로 공격해 2005년 8000억 원의 이익을 올린 후 LG에도 투자를 했었다. 소버린의 LG 투자는 경영권 공격과 무관했고 5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떠난 것으로 당시 알려졌다.

구인회 허만정 가문의 동업으로 그룹이 창업된 후 구자경 구본무 회장에 이르면서 그룹은 LG와 GS, LS 등으로 계열분리를 거듭했다.

LG는 구광모 회장의 승계 사례에서 나타나듯, 전통적 적장계승을 이어가고 있다. 방계가 되는 총수일가는 별도 회사를 만들어 계열분리한다.

구광모 회장이 2018년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숙부인 구본준 LG 고문의 계열분리가 예상됐었다. LG가 지난달 이사회에서 5개사 계열분리를 의결한 것은 이런 예상의 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LG그룹의 이런 계획에 대해 외국펀드인 화이트박스가 반대한다는 서신을 보냈다.

구본준 LG 고문. /사진=뉴시스.
구본준 LG 고문. /사진=뉴시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이 계획이 "총수 일가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의 이해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이트박스의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인물은 엘리엇의 이사였던 사이먼 왝슬리라고 보도했다. 엘리엇은 삼성그룹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외국펀드로 잘 알려져 있다. 엘리엇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반대해 이를 관철시킨 적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이트박스가 지난 3년 동안 LG 지분을 1% 가깝게 보유해 왔으며 LG 주식이 69% 평가 절하돼 있어서 최근 10년 동안 가장 저평가된 주식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LG그룹의 지배구조에 비춰보면 외국펀드가 지분을 확보해 경영방침을 반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한국 재벌 중에서 LG와 같은 럭키금성그룹 계열의 대그룹들이 갖는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화이트박스가 다른 막대한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만약 화이트박스의 주장이 채택된다면 구광모 회장은 5개 회사의 계열분리없이 그룹전체를 계속 이끌어가게 된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