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발전의 원동력? 빚의 함정?...중국 내에서도 평가 엇갈려

[초이스경제 홍인표 기자] 경제발전의 원동력인가. 아니면 빚의 함정에 빠뜨리게 하는 검은 손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하면서 내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이 육상실크로드와 해상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와 연결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항만이나 도로, 철도와 같은 인프라 기반시설이 취약한 관련국에 중국이 돈을 빌려주고 관련 시설을 지어준다.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은 괜찮다.

2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2020년 말 현재 중국 외교부는 138개 국가, 31개 국제기구와 201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지난해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막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은 관련국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지난해 3월, 중국은 코로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에 의료진과 의료물자를 보냈다. 이탈리아는 G7 국가 중 가장 먼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 이어 파키스탄, 이란, 이디오피아, 캄보디아, 필리핀, 라오스 등 일대일로 관련국이면서 관계가 좋은 나라들에 의료진과 물자를 보냈다.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은 15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에 280여 차례 긴급 방역 물자 1700톤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에 우선적으로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실제로 터키와 칠레 등에 중국산 백신을 보냈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전경.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사진=신화통신, 뉴시스.

경제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국에 대한 직접투자(금융부문 제외)는 15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4.9%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려운 관련국들을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이른바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게 한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중국이 외국에 빌려준 자금 대부분은 2013년 이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관련한 차관이다.

미국 AP통신은 지난해 4월 가나 재정부 자료를 인용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진 부채는 1450억 달러를 넘는다며 이중 지난해 한 해 동안 갚을 수 있는 돈은 8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파키스탄, 스리랑카, 벨라루시는 중국에서 빌린 돈이 자국 GDP의 10%를 넘었다.

독일 쾰른 경제연구소는 지난해 8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서 돈을 빌린 나라들은 중국에 경제적, 정치적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관련국에 투자를 했다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 경영권을 장기간 갖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자오상쥐(招商局) 그룹은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건설공사를 마친 뒤 돈을 받지 못하자 대신에 항구 경영권을 99년 갖기로 했다. 중국 일대일로 전문가인 인민대 외교학과 왕이웨이 교수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정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 인프라를 건설하려면 자금이 풍부한 중국과 손을 잡는 게 좋다"며 "부채 함정을 우려하기보다 운용의 묘를 살려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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