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협회장중 한사람인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이 우리은행 매각문제와 관련해선 쓴소리를 하면서도 관피아 문제와 관련해선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박 회장은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 차 방문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매각문제와 관련해 "사모펀드는 노 쌩큐(NO, Thank you), 외국은행도 노 쌩큐, 재벌은 더더욱 노 땡큐라고 하면 누가 사겠느냐"며 "공적자금의 극대화는 아니더라도 밑천이라도 건지려면 살 사람이 여럿 몰려 흥행이 이뤄져야 하는데 '비(非)금융주력자는 은행을 살 수 없다'는 이상한 규제가 남아 있는 한 지구상에서 우리은행을 살 수 있는 투자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가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은행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면서 "'비금융주력자'라는 애매한 용어로 투자자들을 제한해선 안 된다. 차라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30대 그룹은 은행 투자하지 말라'는 식으로 명확한 법을 만드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은행을 사고 싶어하지 않는 금융지주사들에게 정부가 나서 인수하라고 강요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사고 싶지 않다는데 팔목을 비틀어 사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그만해야 한다"며 "이런 것도 '비정상의 정상화' 목록에 넣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한편 박 회장은 크고 작은 금융 사고에 대해 은행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박 회장은 "무조건 최고 수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고 일이 반복될수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이 커지는 것은 맞지만 (일본) 도쿄에서 일어나는 일을 행장이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법은 법대로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따로 돌아가는 게 너무 많다"며 "A라는 처분을 내리고 B를 기대했다고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 처분은 이런 뜻으로 받아들여라' 하는 것은 안 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징계에도 김 행장이 물러나지 않자 제재내용을 조기에 공개하는 등 김 행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금감원을 비판한 것이다. 법대로라면 김 행장은 연임이 불가능할 뿐 남은 임기를 마칠 수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취업이 제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인 박 회장은 관료 출신 협회장의 대표 인물중 한사람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관피아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은 유감이다. 다른 금융현안에 대해선 하고싶은 말 다 하고 자신의 문제와 직결된 관피아, 특히 모피아 문제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뭔가 아쉬운 느낌도 든다.
 
그간 우리 금융권엔 모피아 등 관피아 낙하산 문제가 너무나도 만연해 있어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던 차에 최근 관피아 척결 문제가 불거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