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휘. /자료사진=뉴시스

 한국 남자프로골프 새내기 김민휘가 대형사고를 쳤다. 미국 PGA강자들이 다수 참여한 제28회 신한동해오픈에서 당당히 첫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미국 PGA 우승자 나상욱(케빈나)마저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려 감격을 더해줬다 이날 우승은 그의 미국 PGA진출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PGA강자들을 꺾고 우승, 미리 실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이다.

 
14일 한국남자골프계에선 슈퍼신인이 탄생했다. 바로 김민휘다.

이날 벌어진 신한동해오픈 마지막 4라운드 경기에서 그는 챔피언조로 출발했다. 챔피언조로 출발한다는 것 부터가 그에겐 큰 부담이었다. 우승경험이 없는 신인의 경우 맨 마지막 챔피언조로 나가게 되면 그 중압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날 챔피언조는 더욱 그러했다 미 PGA 1승에다 유러피언투어 8승, 그리고 지난해 이 대회의 우승자인 폴 케이시와 동반 라운드를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그의 또다른 챔피언조 상대는 일본 남자골프(JGTO) 상금왕 출신 김경태였다.
 
게다가 바로 앞조에선 역시 PGA 1승의 소유자 재미교포 출신 나상욱(케빈 나)과 역시 PGA에서 다섯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한 위창수(찰리 위)가 뛰고 있었다. 또한 이번 대회엔 올해 PGA에서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른 노승렬과 존허(재미교포)도 참가하고 있었다. 강성훈도 PGA선수 자격으로 이대회에 참석했다.
 
이런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김민휘가 어떤 승부를 펼칠지가 관건이었다. 그는 올들어서야 코리아골프투어(KGT) 프로에 뛰어든 풋내기 아닌가.
 
그러나 이날 그를 위협한 건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뿐만이 아니었다. 강풍도 그를 괴롭혔다. 이날 대회가 벌어진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은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으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다 이날엔 강풍까지 몰아쳤다. 인천의 짜디짠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어느홀에선 마파람이 선수들을 괴롭혔고 어느 홀에선 뒷바람이 선수들을 황당하게 했다.
 
아침부터 강풍이 불자 대회 관계자들은 폴 케이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러피언 투어 출신이기 때문이다. 유러피언 대회에선 강풍과 싸워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란 18홀 장갑을 벗을 때 까진 어떤 예측도 허용하지 않는 운동이다. 이날이 그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챔피언조 3명의 선수중 그 막강한 폴 케이시와 김경태가 무너지고 오로지 신인 김민휘만이 펄펄 날았다.
 
그는 대부분의 홀에서 드라이버대신 3번 우드를 잡았다. 철저히 자기 위주의 골프를 친 것이다. 오히려 드라이버를 잡았던 폴케이시와 김경태가 무너졌다. 김경태는 이날 무려 6오버파(78타)나 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고 4라운드 시작 전 선두였던 폴 케이시도 이날에만 4오버파(76타)를 기록하며 합계 2언더파로 위창수 황인춘과 함께 공동 3위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반면 김민휘는 전날 스코어(4언더파)를 잘 지킨 채 이븐파(72타)로 4라운드를 마감했다.
 
그러나 신출내기에게 쉽게 우승컵이 주어지진 않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상욱이다. 한 조 앞에서 경기를 펼친 나상욱이 마지막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으면서 김민휘와 공동선두로 나선 것이다.
 
둘은 연장전에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국제경험을 쌓은 나상욱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나상욱도 김민휘를 막진 못했다
 
연장 첫홀에서 나상욱은 드라이버 티샷 실수에 이어 그린에서도 3퍼트라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면서 결국 보기로 연장전을 마감해야 했다. 연장 첫홀에서 파를 지킨 김민휘의 승리였다.
 
김민휘의 연장전 끝 우승은 그 감격을 두배로 크게 해 줬다. 그는 이날 프로 입문 첫승을 거뒀다. 그것도 그를 후원해 주는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 스폰서에게 큰 선물로 화답했다.
 
뿐만이 아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미국진출 야망을 키워왔다. 그러면서 스윙을 과감히 고치기 시작했다. 미국에 건너가 그 유명한 골프 교습가 ‘부치 하먼’의 지도를 받았다. 그 와중에 큰 아픔도 겪어야 했다.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올해초 SK텔레콤 초청 대회등 여러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던 것.
 
그러나 아픔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치 하먼의 교습효과가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 들어 그의 실력은 부쩍 늘고 있었다. 바로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강자 강경남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미국 PGA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대회마저 석권하면서 기분 좋은 첫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특히 PGA강자 나상욱과의 연장전 승리는 그의 미국진출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그는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간다. 큐스쿨이라는 입문과정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PGA강자까지 꺾은 마당이어서 큐스쿨도 겁날 게 없어보인다.
 
이날 마지막홀에서 세계적인 골프 강자 폴케이시가 공동선두로 끝낸 김민휘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포시 감싸주는 애정을 표시한 것도 김민휘에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얼마나 대견스러워보였으면 폴 케이시가 그에게 감격스런 애정을 표시했을까. 이날의 우승이 김민휘에게 세계 골프계 정상 정복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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