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총재도 아니고 KDB금융 회장도 아니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그는 오직 강만수 산업은행장이었다. 국회의원들도 꼬박꼬박 “강만수 산업은행장님”이라고 호칭했다. 그가 앉은 자리의 명패도 ‘한국산업은행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예전의 산업은행 총재자리에는 주로 기획재정부 차관들이 부임했다. 장관까지 지낸 강만수 행장은 여기에 비하면 거물급 인사다.
 
이같은 상황이 강 행장의 내면에서 작용했는지, 이날 그의 답변 모습 또한 위엄이 가득 찼다. 허리를 쭈욱 펴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나섰다.
 
안덕수 의원이 “중소기업 대출은 줄고 대기업 대출만 늘어난 데다 중기대출도 투자적격만 늘었다. 건전 운영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하자 강 행장은 특유의 쭈욱 핀 자세로 “중소기업에 자금이 가도록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때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이 “답변이 잘 안들리니 마이크를 입에 대고 크게 답변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강 행장은 특유의 자세를 고수해 그의 답변은 더욱 귀담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강만수 행장이 그다지 거물급 행세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의 바로 옆자리에는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지낸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앉아있었다. 안 이사장은 시종일관  ‘후배 의원들’의 질문에 푸근한 미소를 띤채 상체를 기울여 잔잔한 어조로 답변해 나갔다.
 
▲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준희 기업은행장(왼쪽부터) 강만수 산업은행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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