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에서 단 한차례 열리는 미 LPGA 대회 ‘2012 하나 외환 챔피언십대회’에서는 한국을 좋아하는 친한파 수잔 페테르센이 우승해 눈길을 끌었다.
 
노르웨이출신 수잔 페테르센은 미 LPGA선수중 가장 예민한 선수중 하나로 꼽힌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거나 주변의 조그만 방해라도 생기면 왕짜증을 내곤 하는 선수다. 덩치는 크지만 소심한 편이다. 골프를 잘 치다가도 마지막날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많은 그녀다. 그만큼 간이 작다는 얘기다.
 
▲ 19일 오전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에서 진행된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 2007에서 우승을 차지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 그녀가 이번 한국에 와서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모해 있었다. 게임이 안 풀려도, 갤러리의 방해가 있어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 첫날 9언더파로 선두에 나섰다. 둘째날도 선두였다. 4타를 더 줄여 2라운드 합계 13언더파로 2위인 유소연과 5타차로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 3라운드 땐 이븐파만 쳐도 우승할 수 있는 스코어였다.
 
그러나 그녀의 소심한 본능은 마지막 3라운드에서 여지없이 나타났다. 챔피언조의 부담감 때문일까. 21일 열린 3라운드에서 그는 파3홀에서 더블 보기를 두차례나 범했다. 결국 전날보다 2타나 잃은 11언더파로 경기를 끝내야 했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출신 카트리오나 매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잔 페테르센보다 7타나 뒤진 채 출발했던 매튜는 이날 펄펄 날았다. 무려 5언더파나 친 것이다. 11언더파로 공동선두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채 경기를 마감했다.
 
둘은 연장 세 번째 까지 가는 혈투 끝에 결국 수잔 페테르센의 우승으로 우열이 가려졌다.
 
그런데 페테르센의 한국 방문 우승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 친구도 많고 한국 특정기업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했다. 그래선지 페테르센은 대회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더 이상 신경질적인 페테르센이 아니었다. 2라운드 땐 일부 갤러리가 사진을 마구 찍어대는 바람에 많은 방해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갤러리의 방해가 있었지만 이해한다”고 화답했다. 오히려 한국 선수인 유소연이 “갤러리들이 좀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을 정도로 갤러리들의 소란이 심했는데도 그녀는 태연했다.
 
페테르센은 2007년에도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5년만의 한국방문우승인 셈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하진 못했지만 한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외국선수가 우승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잔 페테르센과 같이 게임이 좀 풀리지 않더라도 웃어넘기는 여유를 가지면 모든 게 잘 풀린다는 것을 입증한 대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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