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2006년 서거한 최규하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올해 61세인 그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등에서 근무해 온 금융인이다. 하나은행에서 부행장을 지낼 때는 언론을 상대하는 궂은 분야를 맡았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KIC에 대한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도 이렇다 할 꼬투리를 잡아내기 쉽지 않았다. KIC의 업무가 보안을 요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라 자료를 공개하더라도 국제 계약에 저촉될 소지도 많다.
 
이런 점 때문에 KIC의 국정감사는 오전 막판까지 뚜렷한 이슈 없이 흘러갔다. 함께 출석한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의 달변이 돋보일 뿐이었다.
 
▲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종석 한국투자공사 사장(왼쪽)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알릴 수 있는 내용도 별로 없는 KIC의 상황을 나타내듯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도 35쪽 가운데 15쪽 이후는 경쟁 펀드사 소개, 현대 경제사에서 채권 금리 변동 등의 내용이 차지하고 있었다.
 
14쪽 얄팍한 보고서 가운데는 ‘장기분산 투자 원칙을 충실히 지키며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우수한 성과 시현’이라는 자화자찬 문구가 들어있었다.
 
이 한 문장이 오전 정회 직전 국감장의 분위기를 급변시켰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은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을 모두 KIC에 대한 질의에 쏟아 부었다. 앞선 다른 의원들이 수출입은행에 더 비중을 둔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홍 의원은 경제학 교수 시절부터 진보적 시민운동가로도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홍종학 의원은 우선 “KIC의 상세투자 내역에 대해 자료를 요청하자 제출은 물론 열람조차 불가하다는 답변을 얻었다”며 “그렇다면 국회가 국정감사에서 무엇을 감사할 수 있나”고 따졌다.
 
최종석 사장이 “외환보유액의 위탁 운용을 맡은 기관에서 지적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하자 홍 의원은 KIC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투자 손실 사례를 거론하며 “이는 손실을 봤기 때문에 알려진 거다. 지금 또 어떤 투자가 손실을 보고 있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고 추궁했다.
 
홍종학 의원이 “이런 투자 비밀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고 캐묻자 최종석 사장은 “운영위원회가 원칙적으로 매월 1회 세시간 정도 회의하고 자료는 회수한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55조원이나 되는 자산을 운영하는데 한 달에 한 번 세 시간 동안 자료보고 간다는 얘기냐”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도 펀드수익률을 보고 펀드 가입을 지속할 건지 결정하는데 우리 국민은 무엇을 보고 이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고 물었다.
 
홍 의원이 “연 ‘국민’ 수익률이 얼마인가”고 묻자 최 사장은 “BoA 부분을 제외하고 연 3.25%, BoA를 포함하면 3.01%”라고 답변했다.
 
곧 바로 홍 의원은 “이게 우수한 성과인가”고 반문했다. 홍종학 의원의 서릿발 같은 추궁에 최 사장은 한동안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를 수행해 온 KIC 직원들이 회의 내내 실소를 띄며 회의를 지켜보다 누군가 부랴부랴 사장에게 다가가 자료를 건네주기도 했다.
 
홍종학 의원은 최 사장에게 “위험을 감수한다면서 어떤 위험인지도 안 알려주고 있다”며 “감독이 없으니 더욱 위험한 곳에 함부로 투자하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홍 의원은 KIC 직원들이 해외기관의 협조를 받아가며 해외출장을 자주 나가는 사실도 지적하며 관련 자료의 추가제출을 요구했다.
 
홍 의원의 질의에 “외국 기관 때문에 자료 공개가 어렵다”고 첫 대답을 했던 최종석 사장은 마지막에는 “요구하신 자료를 다 드리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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