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4066억엔으로 작년보다 22배 급증...2000년 조사 이래 '최고'
디지털 스타트업 증가 배경 속, 중국 리스크 회피 목적도 한몫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일본내 신생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매입 열풍이 거세다.

올해 1~9월 일본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M&A(인수합병)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배인 4000억 엔을 넘어서, 내국인에 의한 매수액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개인자금 주체의 주식공개(IPO)에 의존하던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져 성장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되는 모습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M&A 컨설팅회사인 레코프가 신흥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를 집계한 결과, 해외 기업투자자의 M&A 금액(출자 포함)은 1~9월간 4066억 엔으로 급증해 2000년 조사 이래 국내 기업의 M&A 금액(3621억 엔)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연간으로도 외국인 M&A 금액은 최고치였던 2015년 529억 엔을 벌써 웃돌아, 사상 최고가 되고 있다.

이번 집계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최근 영국 투자펀드회사인 CVC캐피털파트너스가 비상장기업으로 가정교사 파견 사업을 전개하는 트라이그룹을 1100억 엔 정도로 매수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외국인의 적극 투자가 계속되는 일환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일본 도쿄 시내 야경. /사진=AP, 뉴시스.
일본 도쿄 시내 야경. /사진=AP, 뉴시스.

1~9월을 건수로 보면 해외자금에 의한 M&A는 98건으로 60% 증가해 연중 과거 최고였던 2019년(111건)을 웃도는 속도다. 내국인 M&A(943건)보다 작지만 건당 금액은 41억 엔으로 내국인(3.8억 엔)보다 많아 전체를 끌어올렸다. 건당 100억 엔을 넘는 사례도 있었다.

배경에는 우선, 디지털화 진전으로 그 대상이 되는 유력 스타트업이 증가했던 점이다.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가 창업, 설립한 지 몇 년 만에 기업가치를 수백억에서 1000억 엔 이상으로 높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해외자금의 흐름도 바뀌었다. 해외 벤처캐피털(VC)이나 기관투자가가 향후 대형 IPO를 노리고 스타트업의 '사전매입'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중 대립을 배경으로 중국 리스크가 의식되는 가운데, 일본으로 자금이 흐르고 있는 면도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 구글은 스마트폰 결제회사인 푸링(Pring)을 매수했다. 취득 총액은 200억 엔 정도로 보여진다. 구글은 인수를 통해 일본에서 캐시리스 결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일정한 사업모델이나 고객 기반을 갖춘 신흥 기업을 매수하는 것으로, 일본 시장 참가의 시간을 사는 효과가 있다고 매체는 밝혔다.

스타트업은 그 동안 목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에 신중한 국내 투자자와 대기업이 많았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 등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스타트업 업체당 평균 조달액은 5억 엔으로 미국의 3분의 1에 그친다.

한편, 무엇보다 일본 자금들이 스타트업 투자로 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해외 자금에 의존해서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쉽고, 자금 조달의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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