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완화 속, 투자자금 유입 지속...'저렴한 가격' 강점 꼽아

[초이스경제 곽용석 기자] 영국 기업을 표적으로 한 외국 투자자들의 대형 M&A(합병·매수)가 활황이다. 매수자로는 미국세가 눈에 띄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이탈을 둘러싼 혼란이나 코로나19 사태를 배경으로 한 저렴한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영국 슈퍼마켓 체인 4위 회사인 모리슨에 대해 70억 파운드(약 11조 1860억 원) 규모의 매수 안건이 합의에 이르렀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금융 완화로 넘쳐난 투자자금의 유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매체는 진단했다.

모리슨 매수를 둘러싸고 지난 여름부터 미국 사모펀드 클레이톤 듀블리에 & 라이스(CD&R)와 소프트뱅크그룹(SBG) 산하의 미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이 매수전을 펼쳐왔다. 영국의 M&A 관련 규제기관인 '테이크 오버 패널' 입찰이 지난 10월 초 실시돼, CD&R이 근소한 차이로 매입했다.

CD&R은 당초 55억 파운드를 제시하다가 결국 30%까지 가격을 올렸다. 현금을 만들어내는 소매 비즈니스에는 일정한 매력이 있다. 현지 미디어에 의하면 CD&R는 영국 대형 주유소 체인을 산하에 두고 있다. 주유소에 모리슨 브랜드의 편의점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영국 런던 금융지구. /사진=AP, 뉴시스.
영국 런던 금융지구. /사진=AP, 뉴시스.

미국 제어 기기 대기업 '파커 하니핀'은 지난 8월 초, 영국 항공 방위시스템 회사인 메깃(Meggitt) 매수에 합의했다. 톰 윌리엄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전통과 영국 산업계의 위상에 경의를 높여왔다"며 160년 전통 있는 기업 획득 효과를 기대했다. 차입을 활용한 현금 매수로, 완료 1년 이내에 주당순이익(EPS)의 상승 효과를 전망하고 있다.

영국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M&A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회사 딜로직에 의하면, 지난 1~9월 매수 총액은 1663억 달러로 작년과 코로나19 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생명과학이나 하이테크 분야 안건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고 관련 담당자는 이 매체에 설명했다.

주요 구매자는 미국이며 특히 금융완화 영향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PE)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 M&A 컨설팅 회사인 링컨인터내셔널의 유럽 담당 간부는 "영국이 북미 등 타지역보다 기업 가치가 저렴하다는 견해로 인해 투자가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피력했다. 지난 8월 영국 방위산업체 울트라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같은 업계인 코브햄(Cobham)은 2020년에 미국 PE펀드에 인수된 회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주가 하락은 매수 자금을 더욱 불러들였다. 메깃의 경우, 작년 1월에 메깃 상장 이래 최고치인 7.01파운드에서 2020년 3월 1.96파운드까지 70% 넘게 가격이 하락했다. 영국 국제 로펌의 한 전문가는 "저비용 차입 환경을 살린 M&A가 최근의 특징이며 자금조달이 쉬운 PE펀드는 인수하기에 적합한 환경에 있다"면서 "앞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매수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은 EU(유럽연합) 탈퇴로 EU 시민이 빠져나오면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대륙으로 거점과 기능을 옮기는 금융기관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가가 자금을 투입하는 배경에는, 정보기술 분야 등에 있어서 기술력 높은 수준이 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 세계 유수 대학을 거느리고 있어 우수인재 확보 면에서도 매력이 있다. 영어가 공용어이고 글로벌 기업에는 언어 장벽도 낮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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