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3세 승계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이제 시장과 언론의 관심은 현대차그룹의 3세 승계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온통 집중되고 있다.

1938년생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만으로 76세, 우리 나이로 77세다. 1942년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비해서도 네 살이나 위다. 건강하게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당연히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승계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온 삼성그룹에 비해 준비가 미흡하다고도 볼 수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진짜 서둘러서 진화해야 할 발등의 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 승계 문제의 핵심은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44)이 아직도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즉 어떻게든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이 급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순환출차 구조에서 보유한 주식은 기아차 706만1331주(1.74%)와 현대차 6445주(0.0003%)뿐이다. 그는 현대글로비스(31.9%), 현대엔지니어링(11.7%), 이노션(40%), 현대오토에버(20%), 현대위스코(57.87%), 서림개발(100%)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와 별 관계가 없는 이들 주식을 최대한 활용해 3일 종가 기준 29만2000원에 달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경영권을 행사할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현재 3세 승계작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깔끔한 방안은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16.8%를사들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5조~7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제민주화를 논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이슈인 순환출자구조를 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나 현대엔지니어링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와 같은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는 방안이 시나리오로 나온다.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를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분할한 뒤 투자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새로운 지주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 20.78%와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맞교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편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회사인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라든지, 삼성SDS와 같이 공모 방식을 통해 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든지 얘기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비상장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해 지난 4월 새로운 법인으로 출범시킨 바 있다.  새 합병법인 현대엔지니어링의 1대 주주는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며  2대 주주는 11.7%를 보유한 정 부회장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떤 방식으로든 상장되면 삼성그룹처럼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가 극대화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대차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 지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이노션 지분 40%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