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이른바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터뜨린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한 서울대 용역보고서가 권 원장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관-민 금융감독체계가 관 주도로 통합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최근 입수한 금융감독 기구에 대한 서울대 금융법센터의  연구용역 보고서가 정부조직으로 재편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 용역은 국무총리실이 의뢰한 것이다.
 
보고서는 1안 금융부 또는 금융청 신설, 2안 금융감독청과 금융소비자청을 신설해 금융위와 금감원을 일체화하고 정책은 상위기관으로 이전, 3안 금융청과 금융소비자위원회를 신설하고 금감원의 검사기능 유지, 4안 금융조사청, 건전성감독원, 영업행위감독원을 신설해 금융위와 금감원 조직 분리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1안과 2안을 기본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승격 및 금감원으로부터의 독립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용역 결과는 금감원에게 ‘정부 시나리오’에 끌려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광주광역시의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비자보호를 위한 별도 기구를 만들어 금감원을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합감독기구는 1997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권역별로 나눠진 것을 총괄해서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승격시켜 분리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장시절부터 국회를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키는데는 출중한 솜씨를 과시하는 김 위원장이어서 금감원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권혁세 원장은 “지금도 한국은행,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 등 여러기관에서 견제와 감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원이 또 분리되면 중복감독이나 검사로 인한 비효율과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소비자보호 우선순위가 떨어졌다면 앞으로 금융감독에 있어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가 대등한 위치에서 서로 견제, 균형을 갖도록 운영하면 된다”며 별도 기구로의 독립 필요성을 일축했다.
 
금융감독 기구를 정부 중심의 기구로 재편하는 데 대해서는 관치회귀 및 심화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김기식 의원실의 홍일표 보좌관은 “법적인 제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정부기구화를 추진하는 것 같지만 현재의 민간기구로 구성한 원래 취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보좌관은 “시장자율성과 정책부문으로부터의 독립적 운영이 약화되고 관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우려가 있다”며 “내용을 자세하게 검토해서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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