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세등등했던 포스코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하필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지 얼마 안돼 신용등급이 추락, 권 회장의 향후 위상 여부가 주목된다. 이는 후발 주자이자 경쟁사인 현대제철이 최근 겁없이 질주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16일 증시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대한 인식 차이가 극명했다. 이날 현대제철의 주가는 1.53%나 올랐다. 반면 포스코의 주가는 0.52% 오르는 데 그쳤다.

금융권에서도 포스코발 악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최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강등한 데 대해 "도미노 조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신한금융투자 김상훈 연구원은 "1994년 'AAA' 등급을 받았던 포스코가 20년만에 'AA+'로 이동하면서 'AAA'의 성역(聖域)에 금이 갔다"며 "최근 실적악화가 눈에 띄는 기존의 'AA+' 기업들이 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용등급을 보유한 제조업체 중 'AA' 등급 업체는 총 102개에 이른다. 이 중 등급별로는 'AA+' 21개, 'AA0' 34개, 'AA- '47개 등이다. 일반 제조업 중 'AAA'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SKT, 현대차, KT 등 3개사다.

김 연구원은 "국내 1위, 세계 4위의 철강업체인 포스코가 'AA+' 등급이라면 비슷한 경쟁력을 보유하지 않은 업체들의 'AA+' 등급 유지는 부담스럽다"며 "올해 말까지 경쟁력이 약화됐거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다면 'AA' 등급의 신용등급 유지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포스코 간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990년대 포스코 신용등급이 AAA로 부각되던 시절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등은 일대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핫코일 등 철강 조달에 애로가 많아 생산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그러면서 당시 현대차그룹은 일관제철소 건설을 갈망했다. 그 결과 현대차 그룹은 일관제철소 건설이라는 당찬 꿈을 이룬다. 이름하여 당진제철, 즉 현대제철의 탄생이다. 그 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은 더 이상 철강 재료 조달 문제로 생산에 애를 먹는 일도 사라졌다. 아울러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의 사세가 날로 커지면서 현대제철의 위상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서 철강 분야 1인자로 군림했던 포스코의 위상은 어느덧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신용등급까지 강등됐다. 그것도 포스코 내부 출신인 권오준 씨가 회장이 된지 얼마 안돼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굴지의 철강 기업인 포스코가 왜 이리 작아졌는지 철강 업계사람들은 그 이유를 잘 알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 등의 급성장과 함께 현대제철은 쑥쑥 커나가고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대제철이 한국 철강업계를 호령하는 날이 올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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