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600명 지성의 7.19 실패한 거사

 우리나라 금융감독질서를 어지럽힌 또 다른 세력은 바로 일부 엇나간 모피아(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출신 공무원 집단) 권력이다.

 
우리가 모피아를 무조건 욕할 수는 없다. 그들만큼 훈련이 잘된 행정가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자리에 모피아가 득세하는 건 참으로 잘못 된 일이다. 실력 없는 모피아 출신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금융권이 영남공화국이 아니듯 모피아공화국도 아닌 까닭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금융계는 영남출신에 모피아, 즉 영남 모피아가 큰 세력을 형성하며 온갖 실책을 엮어낸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2012년7월19일 있었던 금융감독원 젊은 직원 600명의 모피아출신 금융관료에 대한 책임추궁광고 게재 시도를 일견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들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기 때문이다.
 
 
이들 직원은 작금의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해 소위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관료들의 잘못된 규제완화에서 비롯됐다고 규정했다. 특히 지난 2000년 정관계 청탁이 늘면서 신용금고(상호저축은행의 전신) 퇴출이 급감했고 모피아들의 규제완화 및 저축은행 살리기가 본격화한 이후 금감원의 감독기능도 무력화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2001년 예금자보호한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 /2002년 신용금고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변경해 고객 혼란 초래 /2005년 여신규제 폐지(일명 8.8클럽제도) 등을 잘못된 규제완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내세웠다. 또한 이런 규제완화 탓에 연도별 퇴출 저축은행수도 1998년20개, 1999년 25개, 2000년 39개로 늘어난 뒤 2001년이후 10년간엔 23개가 퇴출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장과 수석부원장 자리를 모피아출신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속사정과 직전 모피아출신 감독원장 부인이 부산저축은행관련 신탁지분을 왜 보유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그간 저축은행에 무책임하게 규제완화 혜택만 주고 그에 상응하는 감독을 행하지 못한 모피아들은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난 정부에서 8.8클럽을 주도했던 금융감독기관장을 이명박 정부가 경제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에 앉힌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저축은행 상황이 다급한데도 2011년 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손 조차 대지 못한 모피아 출신 관료들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뿐아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부임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다급성을 그렇게 외쳐댔는데도 일부 관계당국 모피아출신 당국자들이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은 그들이 과거 저축은행 정책을 잘못 추진했던 장본인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에 대해서도 엄중히 따져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래놓고도 대부분의 모피아는 자성은 커녕 지금도 자리만 나면 서로가 요직을 차지하려고 아우성들이다. 일례로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자리를 놓고 모피아끼리 혈투를 벌이다 결국은 정치권 출신인 현 안택수 이사장의 연임길만 열어주는 엉뚱한 결과를 야기한 것은 모피아의 자리욕심이 얼마나 추잡한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모피아들은 감독기관을 장악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금융관련 협회장자리까지 독식해버렸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영남출신들이다. 모피아 중에서도 영남 모피아가 우리 금융권을 완전 장악해버린 것이다.
 
이 쯤이면 금융감독기관을 바로잡기 위한 답은 나왔다고 본다. 영남 카르텔을 깨고 모피아 우월주의를 소멸시키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본다. 모피아 출신을 중용하더라도 특정 지역출신만 중용하지 말고 여러 지역 출신을 함께 중용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경험이 많은 실력있는 모피아출신과 금융일선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소신있는 금융전문가를 금융정책 및 감독당국에 적절히 안배하는 인사시스템도 서둘러 구축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선임할 때 청문회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그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경제의 핵심인 금융산업을 외압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이 무너지면 한 나라의 경제시스템도 장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우리는 그동안 구조조정하나 제대로 못하고 거대 금융회사 하나 제대로 감시 감독하지 못하는 감독기관장들 때문에 우리의 금융질서가 얼마나 훼손됐는지, 우리 경제가 얼마나 골병 들었는지, 그리고 감독부실로 인한 금융약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를 똑똑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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