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통합 금융감독원이 출범하기 전 까지만 해도 모피아출신이 금융감독기관을 완전 장악하지는 못했었다.

 
금감원 출범 이전엔 금융관련 감독기관이 4개로 분리돼 있었다.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그리고 저축은행을 위탁 감독하는 신용관리기금이 그것이다.
 
과거 증권감독원장과 보험감독원장 자리는 모피아 출신이 독식했지만 은행감독원장 만큼은 한국은행 출신 또는 시중은행 출신중에서 발탁되는 경우도 많았다. 신용관리기금 이사장 자리 또한 완전 모피아의 몫은 아니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출범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원장은 물론 수석부원장, 감사 자리까지 모두 모피아의 몫이 돼버렸다. 금융감독기관이 완전 모피아의 수중에 들어간 것이다.
 
모피아 출신들의 감독기관 장악 의지는 매우 집요했다. 금융감독원 출범 당시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및 검사권을 예금보험공사에 나눠줘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이는 말 뿐이었다. 모피아의 수중에 들어간 금융감독원이 당시 100개가 넘는 상호저축은행의 감독권을 다른 곳에 나눠줄 리 없었다. 상호저축은행 하나하나가 밥그릇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마다 감사를 두고 있었고 이는 감독원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가기엔 더 없이 좋은 자리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나치게 방만했던 탓일까. 금융감독원을 향해 감독권을 나누자며 틈만 나면 대시하는 또 다른 기관이 있었다. 바로 한국은행이다. 한국은행은 자신들에게도 감독권을 일부 떼어달라고 매달렸다. 금융기관들의 실상을 직접 파악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통화정책을 펼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이자 명분이었다.
 
하지만 모피아와 금융감독원은 냉정했다. 한국은행과 공동검사는 나갈 수 있어도 그들에게 독립적인 감독권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감독권 독식 욕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감독기관 개편 논의만 나와도 감독기관을 이끄는 모피아 출신들은 험악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심지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감독원 간부직원들이 온갖 비리로 줄줄이 구속되고 이에 대통령까지 나서 감독기관 개편을 명령했는데도 지금껏 금융감독원에 털끝하나 대지 못한 상태다. 평소 서로 으르렁 대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금융감독기관 개편문제만 나오면 한목소리로 방어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특정분야 감독권을 놓고 샅바싸움을 하다가도 한국은행이 자신들에게도 감독권을 달라고 요구해 올 때마다 힘을 합쳐 저항했다. 지난해 감독기관 개편 문제가 거론될 때도 그랬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자적인 금융소비자원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개진됐으나 모피아출신들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결국 감독원 내에 금융소비자원을 두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어 최근에는 국무총리실이 감독기관 개편과 관련해 서울대에 의뢰했던 용역 결과가 국회의원을 통해 공표되자 금융감독원은 또다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탈도 나게 돼 있는 법. 금융소비자들의 여론이 모피아가 감독권을 계속 독식하도록 놔둘 리가 없다. 방만해질대로 방만해진 금융감독원을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그간 숙제로 남아있던 금융감독기관 개편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커질대로 커진 금융감독원이 수많은 허점을 노출해 왔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서로 다른 건물로 이사까지 하며 불협화음을 내도록 계속 놔 둘 수도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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