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정 의원

 뛰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에 나는 재벌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선정된 기업 208개사 중 34개사가 올해 규제대상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재벌이 교묘한 방법으로 규제의 그물에서 탈출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2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거래상대 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기업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규제대상에 묶인 기업은 지난해 법개정 당시 208개사(상장사 30개, 비상장 178개)에서 올해 2월 법 시행 이후엔 187개(상장사 27개, 비상장사 160개)로 21개사나 감소(10%)했다. 또한 신규추가 기업 13개사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34개 기업이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규제대상 탈출 사유로는 '합병'과 '총수일가 지분율 하락'이 각각 11개사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기업집단 지정제외(7개사), 청산(5개사) 등의 순이었다. 13개사의 추가사유로는 신설(5개사), 총수일가 지분율 상승(4개사), 기업집단 신규편입(4개사) 등이 대종을 이루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지난해 45.75%였던 삼성SNS㈜가 삼성SDS와 합병되면서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SK그룹의 경우 앤츠개발㈜과 SK텔레시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지난해 각각 90.91%, 40,78%에서 올해 0.00%, 18.83%로 떨어져 제외됐다.

LG그룹에선 총수일가 지분율이 지난해 31.30%였던 ㈜엘지가 올해에는 29.84%로 하락했고, GS의 경우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승산레저와 ㈜STS로지스틱스, 그리고 50%를 보유했던 정산이앤티㈜가 올해 합병되면서 규제대상에서 이탈했다.

또 현대백화점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지난해 30.54%였던 ㈜현대그린푸드가 올해 29.92%로 하락했고, 한국타이어 역시 지분율이 35.27%에서 16.75%로 떨어졌다.

이밖에 두산은 ㈜빅앤트가 총수일가 지분 100%로 추가됐고 네오밸류㈜가 청산으로 계열 제외됐다.

강기정 의원은 "인수, 합병, 청산, 지분율 하락 등으로 규제 대상에서 재벌 계열사들이 속속 빠져 나가고 있다"며 "제외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편법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어 "최근 국내 1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는 2012년 대비 2013년 급증한 발표가 있었고, 향후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가는 대기업이 계속 늘어날 경우 법 시행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공정거래법 재개정을 통해 규제를 대폭 강화하거나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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