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이 지분 매각과 관련한 작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토종 기업으로 남아 세계 최대 바이오기업 꿈을 이뤄 가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 내 마케팅을 담당하는 비상장사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매각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는 셀트리온보다 서정진 회장이 지분 50.56%를 보유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한 해외 판매 강화가 더 현실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당초 기대가 어긋난 데 대한 실망 매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측은 매각 포기 이유에 대해 "매수 희망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검토했으나 제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불가피하게 지분 매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5월 JP모간과 매각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이후 작업을 진행해왔다.  셀트리온홀딩스 등이 보유한 38% 지분이 그 대상이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지분 매각이 회사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주요 해외 주주 의견도 참고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글로벌 판매가 본궤도에 올라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주요 주주들이 지분 매각 강행은 회사의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라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바이오기업을 꿈꾸는 셀트리온이 토종 한국기업으로 남아 꿈을 이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도 지분 매각 중단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서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도 약식기소로 마무리 됐고,  회사를 둘러싼 악성루머도 램시마의 유럽 판매 허가로 사라진 상황이어서 지분 매각보다는 기업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회사 이익과 국익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일 매각 중단  공시는 장 마감 직후에 발표돼 장중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닥 시간 외 거래에서 셀트리온은 하한가(5%)를 기록했다.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채 하한가에 몰려 있는 물량도 12만주에 달했다.  매각 철회에 따른 실적ㆍ성장성보다는 주주에 대한 신뢰 문제가 영향을 줬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4월 이후 셀트리온은 주주 가치를 고려해 외국계 제약사들에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해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 회사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신뢰감에 타격을 받은 데 따라 주가가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주가 추이를 지켜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게 낫다는 조언이다.

대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판매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일부 지분을 매각할 전략적 파트너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셀트리온의  주력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판매망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 류마티스관절염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유럽 판매허가를 받았다. 연간 8조∼10조원 규모인 유럽 각국에서 이미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2조원 규모의 일본에서도 판매허가를 앞두고 있고 연간 13조원 규모인 미국 판매허가도 수순을 밟고 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수년 내 27조원에 이르는 전 세계 항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최소 1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대하고 있다.  램시마 뿐 아니라 유방암 항체 치료제인 허셉틴의 한국 판매허가도 받았고, 글로벌 허가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허셉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6조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연간 7조원 규모인 항체 항암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가 유럽 각국의 정부 입찰에서 경쟁 상대인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치고 속속 낙찰되는 등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효능을 인정 받고 있다"며 "해당 국가의 주요 지역별로 유통 파트너들과 판매계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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