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왜 별거에 들어간 것일까. 두 기관이 한강을 사이에 두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라도 한 것일까. 정녕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만 것일까.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빌딩에 얹혀 살던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22일 한강을 넘어 서울 광화문 프레스 센터 빌딩으로 이사하면서 두 기관 간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두 기관이 서로를 등지고 갈라선 배경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위원회 사람들은 금융감독원 사람들을 탓한다. 금융감독원이 도를 넘어선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사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금융위원회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동거하던 금융감독원 빌딩 1층은 지난해 10월부터 한바탕 시위장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별거를 택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했다. 감독원 노조가 1층로비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 반대시위를 벌이는 것을 보고 중대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때부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한 지붕 아래에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사람들의 말은 정반대다. 특히 금융감독원 출신의 한 금융인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가 곪아터지면서 금융감독원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 두 기관이 별거를 택하게 된 중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감독원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자 금융위원회가 이사를 떠나기로 작심한 것 같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금융감독원 옆에 함께 있다가는 자신들까지 손가락질을 받을까봐 금융위원회가 이사를 떠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3자가 보는 견해는 다르다. 결국 밥그릇 싸움 때문에 두 기관이 갈라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필자도 똑같은 생각이다.
 
아울러 지난 7월 금융감독원 젊은 직원들이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모피아를 성토하고 나선 것도 두 기관이 갈라서는데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모피아의 후신이 바로 금융위원회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형제처럼 지내야 할 두 기관이 갈라서면서 힘들어진 쪽은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들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볼일이 있으면 여의도 한 곳만 방문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여의도를 거쳤다가 마포대교를 넘어 광화문을 또다시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양쪽에 민원이 걸린 사람들은 두 기관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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