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우건설에 대한 각종 비리수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새 주인인 산업은행이 궁지에 몰렸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명색이 정부 은행이 소유한 기업에서 각종 비리사건이 터져나온 것이다. 자연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대우건설은 그러나 산업은행의 체면만 구긴 게 아니었다. 정부의 입장까지 난처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관련 비리로 대대적인 검찰수사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4대강 공사문제로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터에 이명박 정부에게 더 많은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9월 11일 4대강복원범국민 대책위원회 등은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 등 임원 6명을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10월들어 대우건설에 대한 수사도 가속을 내고 있었다. 10월말엔 마침내 서울 광화문 대우건설 본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자료사진=뉴시스
대우건설은 협력업체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정부 역점 사업인 ‘4대강 사업’에서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비자금을 조성토록 지시한 윗선 및 비자금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서종욱 사장을 겨냥하는 듯 했다. 대우건설과 친분이 있는 정치권까지 겨냥하는 듯 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수사는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었다. 지난 6월엔 낙동강 칠곡보 건설공사와 관련해 대우건설 직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해 공무원에게 바친 혐의로 직원 및 공무원 12명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교 공사에서도 많은 뒷말을 남겼다. 공사비를 부풀린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됐고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이를 근거로 2011년 11월 관련 시공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 뿐 아니다. 2010년 9월 서종욱 사장이 당시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에게 상품권을 건넨 사실이 나중에 대서특필 되고 수사선상에도 오르는 바람에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필자가 산업은행 개혁을 논하면서 대우건설 비리관련 수사내용을 일부나마 부각시킨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 능력을 따져보기 위해서다. 대우건설이 이지경이 되도록 산업은행을 비롯한 그간의 대우건설 주인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에 누를 끼쳐선 절대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갈곳 없는 대우건설을 비싼 댓가를 치르고 인수해 준 게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했다가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대우건설을 아주 어렵사리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채권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우건설에 새 주인을 찾아주려 백방으로 뛰었으나 허사였다.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터라 고민 끝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체 사모투자펀드를 만들어 직접 인수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2010년12월13일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주식 37.16%를 2조178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도 병행했다. 하지만 주당 인수가격이 어처구니 없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미래에셋 등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풋백옵션으로 약속했던 1만8000원이나 주고 인수한 것이다.
 
그 후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띄우기에 나섰다. 비싼 가격에 인수했으니 인수 손실을 막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야 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를 대대적으로 해소키로 하는 등 재무구조 정비작업에 착수했다. 우발 채무중에서 1조원정도를 재무구조화해 지급보증 부담을 덜어주는 게 골자였다. 여기에 여신한도를 확대하고 해외사업에 대한 금융주선에도 나섰다. 산업은행이 금융을 책임지고 대우건설이 시공에 나서는 시너지 창출에도 열을 올렸다. 그 바람에 2011년 업계 6위까지 떨어졌던 대우건설의 시공능력 순위가 2012년 다시 3위로 회복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대우건설이 저질러온 온갖 비리가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산업은행의 자회사 관리에 먹칠을 해 버린 것이다. 산업은행이 야심차게 키우겠다던 회사에서 비자금 조성의혹에다 로비의혹까지 불거지다니,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 능력이 꼴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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