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설 땅이 없는 기업을 인수할 때 직전 경영진에게 경영책임을 묻는 것은 기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기업을 인수하고 난 뒤엔 기존의 문제 있던 임원들을 빼내고 능력 있는 새로운 경영진을 투입해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대다수 인수기업들의 행태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참으로 이상했다. 대우건설의 주인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바뀌는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도 서종욱 사장과 그를 따르는 대부분의 임원은 건재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주인이 바뀐 현대건설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현대건설도 대우건설과 비슷한 시기에 새 주인을 맞았다. 2011년3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현대건설의 경영권을 인수해 간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산업은행과 달랐다. 인수직전의 경영진에 대한 동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주 냉정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자마자 즉각 경영진 개편에 나섰다. 현대건설을 시공능력 순위 업계 1위자리에 올려놓은 김중겸 사장마저 봐주지 않는 용단을 보였다. 과거 현대그룹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인데도 아량이나 관용은 없어보였다.
 
현대차그룹과 달리 산업은행이 이토록 대우건설에 관용을 베푼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리고 관용을 베풀었다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경영진 교체 없이 거액의 재정지원을 하고 여신한도 늘려주고 주요공사가 있을 때마다 금융지원으로 시너지 창출에 앞장서며 대우건설 띄우기에 나선 결과가 고작 건설 비리의 연속부각이란 말인가. 검찰의 압수수사나 받고 각종 불법에 연루돼 비리기업으로 낙인찍힌 게 대우건설이 새 주인에게 바치는 선물이란 말인가. 은혜를 갚지는 못할망정 산업은행에 웃음거리만 안겨주게 된 것 아닌가.
 
그러나 대우건설만 탓할 노릇도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오늘날 대우건설이 왜 이지경이 됐는지 직전 경영인에 대한 책임을 묻고 깨끗한 전문경영인을 물색해 새 경영진에 앉혔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대우건설이 비리사태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산업자본 계열 관리능력을 탓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종욱 사장이 각종 구설에 오르면서까지 장수한 배경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 기회에 문제 있는 인물들을 모조리 골라 완전 물갈이하는 용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주인으로서 말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대우건설이 행해 온 방만 경영의 요인이 있다면 이에 대한 메스도 가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 처지에 홍보실에 임원을 둘씩이나 둬가며 경영할 수 있단 말인가.
 
여기에 대우건설의 새 진용을 꾸릴 때는 대우건설 출신이 아닌 외부인물을 과감히 중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대우건설맨들만의 카르텔 경영도 깰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정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고 싶다면 부사장이 아닌 감사를 파견할 것을 권고한다. 그래야만 대우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지 다른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하는지 등을 엄격히 감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대우건설 일을 남의집 일처럼 치부했다간 비싸게 주고 산 대우건설의 주식가격도 낮아져 결국은 M&A(인수 합병)손실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회사 관리원칙은 대우건설만이 아닌 다른 출자회사에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산업은행도 웃고 출자회사에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난 뒤엔 산업은행 우산 속에 있는 기업들을 과감히 매각해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며 낙하산 놀음이나 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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