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카드로 긁은 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불황을 무색하게 했다. 해외여행 등으로 출국자가 증가했고, 원화 가치가 오르자 씀씀이가 다소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환율 부담이 커진 외국인은 소비를 줄이며 카드사용이 주춤해졌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금액은 23억7200만달러로 전분기와 비교해 4.2% 늘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3.3% 증가한 수치이며, 한은이 1997년 1분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여름휴가와 추석연휴를 맞아 출국자가 증가한데다 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사용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3분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370만명으로 전분기보다 14.7% 급증했고, 해외에서 카드를 쓴 내국인도 500만명으로 3.8% 증가했다.
 
또 1인당 카드 사용금액도 474달러로 전분기보다 0.4% 늘었다. 불황에도 원화가치가 오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카드 소비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석달 간 원화는 달러와 견줘 5% 안팎으로 절상돼 주요국 가운데 가장 값이 많이 오른편이다.
 
카드 종류별로는 체크카드가 전분기대비 13.4%가량 늘어 큰 폭의 상승을 보였으며, 신용카드(1.9%)와 직불카드(4.2%) 사용액도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등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쓴 카드 사용금액은 12억1600만달러로 분기별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분기보다 1.3% 줄었다. 외국인의 국내 여행이 늘며 카드사용인원은 늘어난 반면 1인당 카드 사용 감소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3분기 외국인 카드 사용자는 310만명으로 전분기대비 1% 증가했다. 하지만, 1인당 사용금액은 401달러에서 392달러로 줄어 전분기대비 2.3% 감소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50대와 60대 관광객 방한 비율이 줄어든 데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원화 값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내국인 해외 카드사용실적이 사상 최대를 보인 것은 카드를 많이 쓰는 추세인데다 여름 휴가철이 포함돼 해외 여행객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면서 “카드사용이 늘었지만, 해외에서 쓴 전체 돈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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