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서 버려진 고려인 삶과 북한의 현주소 조명에시청자들 기대

▲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카레이스키 150년만의 귀향'

 

[초이스경제 김슬기기자] '러시아 이민역사'가 150여년을 맞이한 가운데 1937년 옛 소련정부의 한인강제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 각 지역으로 내몰렸던 고려인들이 1만5000km 대장정을 거쳐 고향을 찾는다. 이에 MBC가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3부작 시리즈 <카레이스키 150년만의 귀향>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10일 방송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밤 11시15분에 다큐멘터리 시리즈 1부인 '출발! 유라시아 1만5000km'가 시청자들을 찾는다. 2부 '고려인은 울지 않는다'는 밤 12시15분에 연이어 방송되며 3부 '남북의 벽을 넘어서'는 16일 밤 11시15분에 방송될 예정이다. 3편 모두 배우 차승원이 나레이터로 참여한다.

<카레이스키 150년만의 귀향>에서는 고려인들이 통한의 역사를 거슬러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남북을 건너는 자동차횡단의 여정을 담았다. 시청자들은 광활한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아름다운 대자연과 김정은 체제의 북한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연해주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대부분의 고향은 ‘북한’이었다. 시베리아로, 우즈벡과 카자흐스탄으로, 유라시아 등 버려진 땅으로 강제이주됐던 그들이 오랜세월 거쳐 고향땅에 들어선다. 방송에서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2014년 현재의 나진, 원산, 평양, 개성 등 북한 내부의 생생한 영상을 만나게 된다. 시청자들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현재 모습에 대해 높은 기대를 보이고 있다.

고려인 3세 박 루슬란(33)씨는 1만3000여km를 달린 자동차들이 백두산을 오르면서 힘들었을 때 너나 할 것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나눈 북한 사람들에게서 ‘어느 한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 한 민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남북 월경이 가능했던 것은 국적이 남도 북도 아닌 중앙아시아 등 제3국이었기 때문이다.

1부 '출발! 유라시아 1만5000km'에서는 고려인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우즈베키스탄을 지나 대륙을 횡단하는 첫 여정이 공개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자 김 에르네스트(54)는 22년전 고려인 루트를 따라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 한반도에 이르는 자동차 횡단에 나섰다가 북한 입국에 실패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북한 통과가 더욱 각별한 이유다.

중앙아시아의 버려진 동토로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은 탁월한 농업기술로 ‘집단농장’을 키우며 억새같은 생명력을 발휘해 살아남았다. 아직도 타슈켄트, 우슈토베 등 중앙아시아 고려인 마을들은 한국어와 전통음식, 문화, 노래가락 등 민족혼을 고스란히 지켜내고 있다. 조국은 그들을 잊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잊지 않은 것이다.

2부 ‘고려인은 울지 않는다’편에서는 자동차 대장정 팀이 만난 이주 생존자의 마지막 고백이 방송된다. “아무 것도 볼 수도...들을 수도 없었어요... 끝없는 공포만이 가득했어요”라는 말로 시작한 고려인의 삶은 모든 것을 잃은 채 낯선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한 이들에게 닥친 참혹했던 상황을 전하고 있다. 강제이주 열차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어린 아이가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변해버릴 때까지, 고려인은 조국을 잊지 않은채 아픔을 견디며 살아왔다.

3부 ‘남북의 벽을 넘어서’편에서는 최초로 김정은 시대 북한 주민들의 포장되지 않은 모습이 공개된다. 러시아 하산에서 북한 나진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끝내 국내 제작진은 입국을 거부당한다. 1만3000km를 달려 마침내 마지막 북한으로의 여정에 들어선 고려인들은 나진, 원산을 지나 평양, 개성에 이르는 사상 최초의 북한 내륙종단 자동차 대장정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낯설게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에서 밀려오는 그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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