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한식 세계화를 위한 과제 집중점검

▲ 출처=KBS '시사기획 창' 영상 캡쳐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정부가 한식세계화를 선포한지 어느덧 7년의 시일이 흘렀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로 많은 예산도 투입됐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이런 가운데 KBS '시사기획 창'이 진정한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치밀한 연구와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사기획 창'이 '한식 세계화의 허상'이라는 이름으로 한식 세계화로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먼저 떡볶이는 한국인 남녀노소가 음식의 맛과 그 속에 담긴 추억을 회상케 하는 음식으로 한식 세계화의 대표품목으로 지정됐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떡볶이가 한식 세계화의 대표품목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떡볶이 세계화 사업이 시작된 직후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선정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윤지현 교수는 "떡볶이의 경우 영양학적이나 기능적으로 세계화를 할 때 홍보할만한 기본적인 내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식은 웰빙 음식이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정부의 의견과 떡볶이의 선정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당시 정부가 떡볶이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선포를 내놓은 이후 외국인이 선호하는 떡볶이 개발, 업체들의 해외진출 지원, 홍보강화 등에 5년간 14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떡볶이산업 육성대책'이 마련되기도 했다. 떡볶이 연구소가 세워지는가하면 나라별 입맛에 맞춘 떡볶이를 개발해 해외홍보를 강화한 것이다. 

'세계화'의 옷을 입은 떡볶이는 국내에선 그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며 2009년에만 11곳의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기는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됐지만 세계화를 이뤘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요원하다.

당시 급성장했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막상 외국인에게 떡볶이는 선호음식이 아니었다. 일본인의 경우 매운 것을 못 먹었고 유럽과 미국의 경우 쌀의 질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떡이) 이를 움켜쥔다고 표현하더라.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람들은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돈 내고 먹긴 싫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서양의 음식을 조합해 150여 가지의 떡볶이 레시피를 개발했지만 투자를 쉽게 결정하진 못했다. 당시 떡볶이 세계화 붐이 일었을 때는 무조건 밖으로만 나가면 될 줄 알았지만 음식은 하나의 문화였다. 사업타당성 조사부터 중국 베이징에 첫 매장을 열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고 전했다.

결국 당시 정부가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 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권오란 한식 세계화 추진단 1기 위원은 "밖에서 호감도를 먼저 조사하고 적합한 것을 찾았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고 빠른 결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이 문제였다"고 전했다.

반면 '시사기획 창'의 취재과정에서 한식을 즐기는 외국인에게 선호음식을 물어본 결과 불고기, 갈비는 친숙한 재료와 한국만의 독특한 양념이 더해져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었다. 현지에서 이뤄진 미국인의 한식 선호도 조사에서도 불고기와 갈비에 대한 관심이 반영돼 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당시 정부가 이 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140억 원이었지만 실제로 예산이 집행되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관련사업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다. 떡볶이 축제는 2년 만에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고 떡볶이 연구도 중단됐다. 당시 3년간 진행하기로 했던 국책연구과제는 떡볶이 연구소가 1년 만에 과제를 반납하면서 중단됐다.

이상효 떡볶이 연구소장은 "당시 정부예산 집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계획했던 30억원의 예산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큰 뜻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설립은 사단법인에서 하다 보니 정부예산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대표한식 선정만큼 급하게 추진됐던 해외홍보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한해에만 한식홍보에 9억 원을 투입했고 5년간 25억 원을 들였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로 정부가 세계화 사업에 공들였던 미국 뉴욕에서는 유명배우와 요리사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 한식을 소개하는가하면 각종 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식이라는 식문화를 미국에 정착시키지는 못했다.

권오란 한식 세계화 추진단 1기 위원은 "당시 비빔밥을 소개했을 때 전통식으로 달걀 노른자를 날 것으로 얹었다. 미국에선 살모넬라균 때문에 날것의 계란을 먹는 것을 걱정하는 국가인데 이런 이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한식홍보행사에 참여했던 원썸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정부행사의 가장 큰 단점은 미국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유명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행사를 하는 게 어떻냐고 제안해도 결국 한국인이나 관광객이 많은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에서 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뉴욕에 설립하기로 했던 100억 원대 한식당 역시 정부의 지원방침이 바뀌면서 무산됐고 한식당 가이드북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당시 4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이 책은 소개된 한식당 40곳 중 8곳이 문을 닫거나 이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배포지로 소개된 곳에서는 책을 구할 수조차 없었다.

해외한식당 가이드북은 현재까지 총 18개 국가에서 45억원 가량을 투입해 만들어지고 있지만 모든 책자에 대한 업데이트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욕 미슐랭스타 한식당 요리사인 후니킴은 "당시 한식당 가이드북에 식당이 소개됐을 당시에는 그 효과가 기대됐지만 2년 전에 보고 다시 못 봤다. 정부에서는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책 만드는 것 자체가 목표다. 미국 한식당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메뉴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갈비와 김치 위주로 이뤄진 한식은 외국사람들이 봤을 때 고기와 맵고 짠맛이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 음식전문기자 멜리사는 "한식은 고기 위주의 음식이 많아서 건강식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비빔밥조차 통밀이 아닌 흰쌀을 이용한다. (한식 홍보의 문제는) 소비자의 관심을 살피지 않고 뉴욕에 와서 '이거 좋아하시죠' 라는 식으로 강요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한식을 알리기 전에 한식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알려야 할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식품산업진흥법을 통해 한식세계화사업 지원대상을 '전통식품으로 규정하고 국산원료를 주재료로 고유의 맛, 향, 색을 내는 식품'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고유의 맛과 향을 내지 않는 햄과 소시지가 들어간 부대찌개는 ‘한국을 대표하는 101가지 음식’에 소개되는 등 그 범주조차 명확치 않은 실정이다.

일본이 경우 1960년대부터 직접 요리사들을 교육하고 해외진출을 도와 일본 식문화의 세계화를 이루고 있다. 당시 날 것을 먹지 않던 서양 사람도 초밥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거듭했다.

1976년 뉴욕에 일식당을 차린 오사다씨는 "미국인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참치, 연어, 방어, 장어를 재료로 택해 만들기 시작하고 생선의 겉을 살짝 익히거나 다른 것을 곁들여 먹을 수 있게 했다. 김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는 밥 안에 김을 싸는 식의 롤을 개발해 점차 친숙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신선한 식재료를 강조하면서 미국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건강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미국인들은 초밥을 즐기기 시작했고 '초밥은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진 메뉴'라는 인식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일본 요리를 즐기는 미국인들은 일본산 재료에도 관심을 갖게 돼 현재 미국인이 사는 간장 2개 중 하나는 일본산일 정도다.

일본은 2013년 일본 요리와 그에 담긴 식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음식 뿐 아니라 식재료, 식문화, 요리법, 장인 등을 세계에 종합적으로 알리는 데 큰 결실을 맺었다는 평이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한식의 세계화는 한국의 문화를 세계인이 공유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조급함과 전시성 성과주의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면서 "한식만이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 냉철히 살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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