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매거진 2580, "저작권법, 합의금 장사수단으로 전락하나"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 법적분쟁 역시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창작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필요성은 있으나 최근 저작권이 합의금 장사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저작권 분쟁에 휘말리며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먼저 웨딩연주업체를 운영하는 이수민씨는 지난 2013년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했다. 당시 저작권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던 이씨가 고객이 요청한 곡을 연주했는데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결혼식 1시간동안 연주하고 받은 금액은 15만원이었고 해당 행진곡은 30초정도였으나 연주 저작권자는 200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수민씨는 "합의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경찰에 고소했고 벌금 100만원을 처분받았다. 그런데 이사람이 다른 곡들도 고발할거라면서 협박하는데 이 부분이 큰 부담이고 무서운 심정이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연주는 물론 축가의 경우 저작권이 있는 곡을 함부로 부르면 안된다. 친구, 가족 등이 축가를 부를 경우 대가를 받으면 저작권법 위반이다. 또한 연주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대가여부와 관계없이 불법이다.

격투기도장을 운영하는 전찬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도장 홍보를 위한 사진을 게재했다가 저작권자와 갈등을 빚었다. 전찬준씨는 "한 법무법인이 '사용한 글씨체의 저작권이 자기들에게 있는데 원만하게 합의를 보든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해당 글을 블로그에서 내리더라도 이미 법을 어겼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글씨체를 포함, 400여개 글씨체가 들어있는 CD를 90만원에 사야 한다'고 제시해왔다. 잘못이 있다면 사법기관이 판단할 일인데 '사법기관에 넘기지 않을테니 100만원 정도의 금액을 주면 잘못을 없애준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취지의 저작권법이 합의금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저작권 위반처리현황은 23만여건에 달하지만 정식재판과 약식재판까지 간 경우는 약 7%에 그친 실정이다. 합의금을 통해 사건을 무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이에 일부 사용자 단체에서는 "법무법인들이 저작권을 내세운 합의금 장사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보인권단체 오픈넷 남이섭 이사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저작권분쟁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때부터 저작권 침해행위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저작권 침해로 인한 형사처벌 제도가 합의금 장사에 이용되면서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의 경우 저작권 침해행위인지도 모르다가 분쟁에 휘말리게되면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한 고등학생의 경우 "인터넷카페에서 회원등급을 올리기 위해 특정사이트로부터 관련영상을 퍼올리다가 탈퇴했었다. 그런데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법을 위반했으니 500만원을 내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영상내용이 건전한 것이 아니다보니 창피한 마음도 들고 부모님께 알려질까봐 말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작권자가 미성년자의 경우 이름과 주소가 적힌 반성문을 올리면 선처해 준다기에 일부 미성년자들이 반성문을 올렸지만 거기서 얻은 개인정보를 가지고 고소를 했다"고 전했다.

이 고등학생과 같은 건으로 합의금을 요구받은 사람이 600명이상으로 추정되며 요구한 합의금 액수는 수십 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저작권 침해 가운데서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해야 될 것만을 제한해서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어떤 청소년의 경우 이로인한 불안감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까지 있다. 저작권법이 만들어낸 희생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련 피해자가 늘자 저작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면서 27개의 관련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사회적 구성원의 이익이 증대되기 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늘고 전과자가 양산되는 등의 문제를 시정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사소한 책임은 묻지 않는 쪽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류 칼럼가인 김지민씨는 저작권을 침해받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지민 씨는 "혼자 힘들게 어시장, 바닷가 등 현장을 다니며 힘들게 취재하고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렸다. 그런데 한 SNS 계정에서 무단으로 글을 퍼간 것을 목격했다. 이 계정의 팔로워는 10만명에 달하는 곳이었는데 계정 운영자가 잘못이라고 느끼지 않아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했다"고 말했다.

창작자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저작권법이 합의금 장사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개정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정보인권단체 오픈넷의 남희섭 이사는 "저작권으로 인한 피해가 심하다면 어떻게 보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어겼으면 형사처벌을 받든지 합의금을 내든지 네가 조심해서 피해라'는 제도는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