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인사이더, 이래서 서울이 아시아 최고라고 하는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7일 ‘서울이 아시아에서 제일 쿨한 도시인 25가지 이유’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예전 같으면 “외신이 우리를 칭찬했다”며 대서특필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왜 저런 얘기를 할까”라는 궁금함이 앞선다. 물론, 좋은 얘기해 주는 건 지금도 반갑다.

그러나 무조건 “한국의 우수함을 알리겠다”는 식의 무조건 들이대는 스타일이 점차 한국 사람들 스스로에게도 좀 민망함을 주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이런 스타일을 비꼬는 농담도 자주 등장한다. 미국 야구선수만 봤다하면 덮어놓고 “두유 노우 찬호팍”이라고 묻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떤 연유에서 저와 같은 감언이설을 하는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유가 25가지나 되다보니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거두절미하고 바로 리스트를 시작했다. 각각의 항목에 대한 기자의 평가를 덧붙인다.

 

▲ 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화면 캡쳐

 

1. 음식이 달콤 쌉쌀하고 식초 맛이 일품이다 – 골목마다 술집들이 바비큐, 술국, 절인 채소 등으로 자극을 한다.

이 기사의 작성자가 애주가로 추측된다. 리스트의 다른 항목에서도 한국의 술자리 음식에 깊은 맛을 들였음이 느껴진다.

어찌됐든, 먹는 문화는 특히 페이스북 시대에 들어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서울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길거리 음식을 포함해 먹는 문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음은 진작부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1000년 가까이 상업이 발달한 서울은 상인들이 높은 벼슬아치 유세떠는 꼴을 피하기 위해 피맛골이라는 놀라운 음식 브랜드를 창출한 곳이기도 하다.

2.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기꺼이 나서준다 – 한국말을 몰라도 ‘정’을 중시하는 현지인들은 형제와도 같은 유대관계를 나눈다.

한국인들 특유의 고운 심성이 이제는 제법 널리 알려져 있다. 단, 이 기사의 작성자가 아직 서울의 ‘쓴 맛’을 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은행에서 간단한 계좌이체에 오후를 몽땅 날려본 적은 없는 듯하다. ‘정’이 아니라 ‘논리’가 앞서야 하는 공공사무 분야에서는 여전히 불편함을 토로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있다.

3. 도쿄를 쿨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이 서울에 있다 – 미래세계의 디자인을 한 건물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시청까지 포함한 얘기면, 이건 비꼬는 얘기가 아닌지도 의심된다.

4. 세계를 깨우는 한복판이다 – 20년 전만 해도 우중중한 산업도시였는데 지금은 ‘강남스타일’이다.

강남스타일 아니어도 서울 사람들의 삶의 기준이 높아지기는 했다.

5. 소주 예찬 – 싸게 취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아직 외국인들에게 관대하다. (여기에도 이제 이중 잣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외국인들이 술을 마셔도 ‘주폭’의 빈도는 우리보다 훨씬 덜한 면은 있다.

기자가 아는 한 외국인은 집 근처에서 한 아저씨가 취한 상태에서 노상방뇨를 하면서 요란한 괴성을 지른 장면을 대단히 특이한 기억으로 가지고 있다.

6. 아름다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 임금의 형상, 샤머니즘이 가득한 한국의 산들은 전문 산악인도 끝없이 찾아다닐 만큼 무수하다.

동감. 기네스북 레벨 해발고도 따위와는 무관한 얘기다.

7. 과거와 미래의 최고 공존 – 고궁과 오래된 학교가 지루하면 강남에 쇼핑을 가면 된다.

여행객 뿐만 아니라 안정적 직장으로 서울에 부임해 오는 경우에는 매우 정확한 조언이 될 것이다.

8. 다른 세계가 남긴 흔적 – 부대찌개. 스팸과 핫도그 혼합물로서 놀랍게 맛이 있다.

이 사람 확실히 애주가다.

9.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다 – 홍콩 베이징 교토가 주로 주목받는 것과 비교한 얘기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후 국내의 많은 외국인들이 고향의 가족들 안부전화를 시달릴 정도로 받았다. 한 외국인은 한반도 지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북한의 포격이 있었던 연평도 근처를 화살표로 표시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부산 지역을 감싼 후 “I live here”라고 썼다.

안보상황이 상대적으로 대도시로서 서울이 덜 알려진 원인으로 보인다.

10. 삶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 곳곳에 커피하우스가 넘쳐난다. 와이파이 커넥션 덕택으로 퇴근시간 때문에 드라마를 놓치는 일도 없다. 지하철 터널에서도 인터넷이 된다.

4000만 인구의 25%가 한 도시에 모여 사는 것을 외국인들이 아직은 잘 모른다. 1200만 도시의 인프라를 누리고 있는 것인데, 그동안 우리의 노력도 분명 칭찬받을 곳이 많다.

11. 한국 음악은 K 팝 차원이 아니다 – 락, 재즈, 인디밴드가 가득한 홍대 얘기다.

한국 음악 얘기하는 외국인들에게 반드시 판소리를 경험시킬 필요는 없다. 스스로 판소리에 빠지는 사람도 많지만 그것은 스스로 찾아가는 길이다.

12.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열정적인 민주주의 현장이다 – 네 블락을 가는 동안 네 번의 시위대를 마주쳤다.

내 일과 상관없을 때, 또는 여기가 생애에서 한번 지나가는 곳일 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뜻밖의 시위를 마주치는 비즈니스맨들, 생업 놓고 피켓 들고 나온 사람들과는 다른 정서다.

13. 북한과 전혀 다른 삶.

한국과 북한을 아직 잘 구분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 뜻밖의 반전을 경험할 것이다.

14. 몇 시간 거리를 두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15. DMZ를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우리와 외국인들이 이에 대해 입장이 같을 수는 없다. 어찌됐든 이 또한 손님들을 서울로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16. 양들을 위한 카페가 있다 –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50년 서울에 살면서도 이런 곳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 이 커피숍은 홍대 근처에 있다고 있다.

17. 김치만두는 언제나 부족하다.

모든 외국인에게 일반화하기는 힘든 취향이지만, 한국 음식의 브랜드가 높아진 건 사실이고, 그에 따라 점차 더 다양한 음식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18. 꽃에서도 김치 냄새가 난다 – 버드맨의 엠마 스톤이 “썩은 김치 냄새같다”는 대사로 한국인들이 불쾌해 했지만 김치 냄새는 중독성이 강하다.

술 맛을 터득한 사람들이 한국음식에 빨리 적응하는 듯 하다.

19. 낙지가 입안에서 꿈틀거린다 – 질식하는 사고도 발생하는 걸 명심해야 한다.

‘올드보이’ 최민식 연기가 산낙지를 알리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20. 엄청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 일본과 홍콩은 드래곤볼Z, 러시아워같은 영화를 선보였지만 한국은 설국열차와 올드보이로 컬트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 사람 이렇게 산낙지를 왜 먹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21. 밤이 절대지지 않는다 – 1차(il-cha라고 표기하고 있다)에서 고기와 술, 2차(i-cha)에서 고기와 술. 3차(sam-cha) 고기와 술.

이 기사를 쓴 사람의 정체성으로 보인다.

22. 가라오케도 끝나지 않는다 – 일본의 발명품이지만 한국의 노래방 주인들은 시간이 다 돼도 10분씩 10분씩 계속 올려준다.

술 좋아하는 이 사람이 언젠가 노래방에 동행해서 ‘이제는 집에 안가나’하고 속으로 무척 기다린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23. 절대 파산하지 않는다 – 도쿄는 지붕을 뚫고 올라갔고 홍콩은 못 견딜 수준이다. 상하이도 이제 내 수준에 힘겹다. 그러나 서울은 놀랍게 적정한 임대료로 즐거운 생활을 보장해 내 지갑을 지켜준다.

이 기사에 일부 외국인이 댓글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있다. 반대자는 자신의 지갑 사정에 맞는 다른 도시를 발견했을 때 이런 기사를 쓰면 된다.

24. 깨끗하고 놀라울 정도로 초록도시가 되고 있다 – 청소부들은 끊임없이 거리를 청소하고 분리수거가 이뤄진다. 뉴욕에서 영감을 얻은 시장은 육교를 나무로 덮어 경관을 가꾸고 있다.

오랜 세월 우리 노력이 이 사람으로부터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25. 바닥에서 잘 수 있다 – 온돌.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침대는 과학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방바닥에서 자는 건 돈없는 자취생 뿐이다.

한 가지 사족을 덧붙인다면 서울은 절제력을 갖춘 품위있는 애주가들에게 더욱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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