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천태만상

난 오늘도 여느 때처럼 보통 직장인들보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그동안 나를 스쳐간 많은 고객들. 그 중 두 분과의 통화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중 첫번째는 나를 펑펑울린 고객이다. 평소 감정적인 성향이 강한 나는 TV프로그램에서 슬프거나 행복한 장면만 나와도 눈물을 곧잘 흘리곤 한다. 그러나 유독 고객과의 통화에서는 아무리 진상고객이라도 웬만해서는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나였다.

내가 신입딱지를 갓 떼고 한참 일에 자신감을 붙여갈 무렵 한 까탈스런 고객이 문의를 해 왔다. '이 정도 쯤이야 뭐'라며 자만하면서 신나게 떠들어댔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고객은 내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고,  "너 바보지?"라며 점잖게 돌을 던졌다.

당황한 나는 "네?"하고 되물었고 그 후로도 10분동안 "당신 바보 아니야?  이 바보야..."라는 식의 연속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순간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했다. 온갖 육두문자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해대는 안하무인 스타일의 고객을 수십번 대한 나인데, 왜 이런 심플한 욕에 무너졌는지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초등학생도 아닌 내가 그깟 '바보'소리 좀 들었다고 펑펑 울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마음만 급했던 것 같다. 처리하시다가 잘 모르는 부분을 알고자 전화한 고객인데 내가 설명하는 내용이 전혀 이해가 안갔고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였겠구나 반성했다.

두번째 고객은 나를 당황시킨 분이었는데, 전화를 끊고나서 고객만족센터 전체가 웃음바다가 됐던 적이 있다.

당직을 하던 어느날 저녁이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고객이 전화를 걸어왔다. 고객은 나와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당신들 정말 그렇게 할거야? 나한테 전화한다며 왜 안해? 이런XXXX들아"  이 고객은 툭하면 육두문자를 쓰는 바람에 우리 직원들이 전화를 받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이 고객이 또 전화를 걸어왔고 그 내용 또한 내내 욕으로 이어졌다.

젊은 남자 고객이었는데, 자신이 거래를 하다가 어떤 문제로 인해 고객만족센터와 해결이 되지 않아 본사 해당 팀의 한 명과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가 확인 후 다시 전화를 해주기로 했는데 여태 오지 않는다며 나를 붙잡고 분풀이를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고객이 한두명이 아니어서 아무리 심한 욕을 들어도 '떠드세요 저는 안듣겠습니다'의 경지에 이른 나였다. 아주 심한 욕이 아니면 싱겁다며 비웃음까지 내비칠 정도로 욕쟁이 민원엔 이골이 난지 오래였다. 나는 이번 고객에게도 '욕 참 못하시네...'하며 흘려듣고 있었다.

본인 얘기가 끝나갈 무렵, 이 고객은 갑자기 내게 펜과 종이를 준비하라고 했다. 이런 요구를 하는 고객은 처음이었다. 신선했다.

그는 "내가 하는 말 종이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받아 적어"하고 요구한 뒤 다음 말을 이어갔다.

" OO팀의 OO은 들어라.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나랑 전화를 하기로 했으면 전화를 해야지 왜 전화를 안주냐! 너 내가 앞으로 두고 본다. 벼르고 있을거다. 뒤통수 조심해라 OOO!!"

나는 정말이지 배꼽이 빠질만큼 웃음이 났지만, 정말 허벅지를 꼬집으며 꾹참고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받아 적었다. 설상가상. 고객은 이제 "자신이 불러준 걸 다시 읽어보라"고 했다.

이걸...지금 읽으라니... 웃음은 나고 다른 직원들이 다 들을까봐 읽기 싫었던 나는 누차 정말 읽어야 하느냐고 되물었지만 고객은 흔들림없이 "읽어봐 빨리!"라며 호통을 쳤다.

나는 이 때 웃느라 배가 아파서 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OO팀의 OO은 들어라... 너 인생...."  나는 결국 끝까지 버티며 다 읽었다. 그때서야 내 터져나오는 웃음을  고객도 눈치챘는지 본인도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 고객과 전화를 끊고나서 센터직원 전체가 깔깔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웃음을 참으며 말하느라 다른 당직직원에게도 더 잘 들렸는지 이미 웃음바다였다.

이처럼 고객만족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값진 경험을 하게된다. 또한 이렇게 눈물과 웃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다 보면 고객에 대한 소중함과 내 경험도 차곡차곡 쌓일것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