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별별 얘기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고 온라인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객만족센터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를테면 회사와 고객 사이를 잇는 중요한 다리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객만족센터 직원들은 별의별 고객을 다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깐깐한 고객이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업무의 피로를 해소해주는 재밌는 사연도 적지 않다. 그 에피소드들을 정리해봤다.

<사례1>

지금은 이 업무가 없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으려면 미리 설정해둔 초등학교 이름과 친한 친구의 이름을 적어야만 했다. 그런데 고객중 상당수는 자신이 설정해 놓은 친한 친구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지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를 많이들 걸어오곤 했다.

그 업무때문에 재밌는 일도 많았다. 친한 친구 이름을 ‘또라이, 미친X, 바보멍청이, 홍길동, 김태희’등 황당한 명칭으로 설정해놓는 분들이 전화를 걸어온 경우, 고객에게 “욕설로 설정하셨는데 지금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먼저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었다. 그럴때면 양해를 구했음에도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며 얘기하곤 했다.

입사 후 고객과 통화하며 웃음이 터지는 일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결국 끝까지 참지 못했던 사연이 있다. 전화속 주인공은 30대 남성이었다. 친구와 같이 있는지 장난을 치고 있어서 꽤나 시끄러웠다.
 “저 초등학교랑, 친한 친구 이름이 생각안나요. 알려주세요! 야 이 XX야 조용히해! 상담사님이랑 통화중이잖아.”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재밌는 분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정보사항을 확인했다. 고객이 설정해 놓은 문구를 보는 순간 소위 ‘멘붕이 찾아왔다. 초등학교이름은 ‘네말만잘들은면잘산다’였고, 친한친구이름은 ‘시작은미학하나’였다. 길기도 길거니와 오타도 많고 말도 웃겨서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난감했다.

“고객님...초등학교 이름은... ‘네말만잘들은면잘산다' 입니다” 하고 말하자 역시 고객은 예상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몇 번을 되물었다. “네가 ‘ㅓ’,‘ㅣ’로 쓰신 ‘네말만’이고, 그냥 ‘잘들으면’이 아니라 ‘잘.들.은.면’입니다” 나는 순간 아나운서가 된 것 같았다. 고객은 친구와 함께 웃겨죽겠다며 깔깔거렸다. “뭐라구요? 크하하핫 다시 불러주세요. 아 웃겨서 못하겠어 네가 받아봐” 결국 고객은 친구를 바꿔줬고 나는 또다시 발음연습을 하듯 “네가 ‘ㅓ’,‘ㅣ’를 써서...”를 반복했다. 그랬더니  친구도 웃느라 알아듣지 못했고 결국은 스피커폰으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네.말.만.잘.들.은.면.잘.산.다”를 10번 더 외친 후에야 겨우 초등학교 이름이 완성됐다. 그랬더니 내 통화를 듣고 있던 10층의 모든 직원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고 뭐하는 거냐며 팀장님도 뛰어 오셨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친한 친구 이름을 말해달라고 했다. “이번엔 또 뭡니까? 크하하하핫” 산넘어 산이었다. “...고객님의 친한친구는 시작은 미학~하나...” 내 허벅지는 (웃음을 참기 위해) 이미 꼬집히느라 피멍이 들었고 그럼에도 삐져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사례2>

전화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간대에는 다른 고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빠른 응대를 해야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기계적으로 말하고, 응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화 질이 좋지 않거나 특히 나같은 사오정성향의 직원이나 고객과의 통화에서는 애로사항이 많다.

고객이 업무를 처리하다가 개인정보에 대해 문의를 할 때가 있다. 계좌가 하나만 있으면 괜찮지만 여러개가 있을 때는 특정계좌를 확인해야 한다.

“고객님! 다수계좌 보유 중이신데 어느계좌를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사오정고객은, “제 계좌가 다섯 개나 있어요?”라고 몇 번이고 되묻는다.
 
VIP고객을 담당하고 있을 때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VIP의 경우 전담직원이 있는데, 장을 마감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직원들은 담당고객들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그리고 추후 신속한 안내를 위해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그날도 고객에게 “변경업무나 신규업무를 안내하기 위해 장중에 고객님께 전화드려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더니 “뭐라고요? 밤중에 전화를 한다고요?”라고 되묻는거다.

<사례3>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만족센터는 전국의 사투리를 다 들어볼 수 있는 곳이다. 어느날 발신지 061, 전라도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십니까 키움증권 OOO입니다”하고 밝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50대 남성은 인사를 받기 무섭게 “가스요”라고 문의했다. 나는 속으로 가스회사를 조회해달라는 의미인가... 긴가민가하며 “한국가스공사 현재가는 얼마 오른 얼마입니다”하고 말씀드렸다.

“겁나 많이 올랐네잉. 근데 어디라 했소?”

“네? 고객님 키움증권입니다” 전라도 사투리의 구수함에 나는 또 반갑고 정겨운 마음에 친절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고객은 “증권사요? 워메... 잘못걸었네. 가쓰 떨어져서 주문한다고 전화한건데... 끊소잉”하고 뚝 끊으셨다.

이렇게 고객만족센터에 근무하다보면 여러 고객이 내게 욕하고 소리질러가며 힘들게해도, 때로는 잔잔하고 가끔은 빵터지는 웃음을 주는 고마운 고객들이 있어 우리는 또 다시 “안녕하십니까 키움증권 OOO입니다”를 외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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