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별별 얘기

키움증권 고객만족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VIP고객은 다른 고객들에 비해 요구하는 사항이 많고 신속하고 정확한 안내를 해야한다. 거래액이 클 뿐만 아니라 증권사 직원못지 않게 높은 증권 지식을 가진 사람도 많기 때문에 작은 실수에도 크게 혼쭐이 날 때가 있다.

내가 VIP담당을 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VIP의 경우 담당고객에게 가끔 전화를 걸어야 할 일이 있는데, 고객의 주소가 키움증권 주소와 똑 같아 반가운 마음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남자 고객이었다. 고객도 키움증권이라는 말에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지 않느냐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 또한 고객이 나를 알아봐주고 친절히 대해주어 고마운 마음에 아는 체를 했다.

업무변동사항에 관한 안내를 다 끝내고 다른 문의사항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요즘 손실이 커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다"고 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주가가 많이 올라 수익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고객을 차별해서는 안되지만 거리상으로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니 좀 더 마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고객은 고맙다며 갑작스런 제안을 했다. "회사에서 이번 주에 회식을 하는데, 그 자리에 참석해 주면 좋겠다"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마음은 감사하나 사적으로 그렇게 만날 수는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이 때부터 고객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내 거절에 기분이 나빴는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길래 그래?  VIP담당자면 사생활도 담당해줘야지, 술 한잔 따르는 게 그렇게 어렵나?"면서 내 자존심을 계속 건드렸다.

그러면서 그가 "일하는 직원이 몇 명이냐"고 묻길래 "100명 정도 된다"고 했더니, 그는 다시 "사장하고 술자리 할 때 술 안따르냐?   네가 하는 일이 삼천궁녀처럼 시중 드는 일인데 왜 VIP가 요구하는데 실행하지 못하느냐"며 별의별 말을 다 쏟아 내더니 심지어 욕설까지 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같은 건물내 고객과의 통화라는 설렘으로 가득찼던 내 마음속 온정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저렇게 욕을 하고 힘든 요구를 하니 나도 점점 화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분은 VIP고객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됐다. 마음같아서는 나도 덩달아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VIP가 주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뭔지 화를 꾹참고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객이 "술 같이 안마실거면 VIP를 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끊는다고 하길래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면서 나도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나서 참았던 울분과 서러움에 혼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VIP담당이 된지 1년 반정도가 지났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도  전에없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전화가 걸려와도 '그럴 수 있다'며 한 번 더 이해할 수 있는 인내심도 생겼다. 고객들은 자신의 입장을 좀 더 알아주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점점 흥분해 심한 말까지 꺼낼 수 있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물론 지금도 가끔씩은 화가 나고 힘든 일이 나를 괴롭히곤 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고객들 한사람 한사람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대할 수 없다는 것도 배웠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돌아보는 여유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매사에 즐겁게 일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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