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의 애환

키움증권은 지점이 따로 없고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고객만족센터에서는 각지의 사투리를 다 들어볼 수 있다.

어느날 전라도 사투리가 참 구수하고 정감갔던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업무사항을 해결하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정OO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고객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씨라는 말을 듣고 목소리를 한톤 높였다. “아따, 정? 정씨여? 어디정씨랑가?” 순간당황스러웠다. 경험상 개인적인 질문을 한번 시작하면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되고, 다른 고객이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중히 양해의 말을 하고 전화를 끊을까 생각도 했지만 훈훈한 말투로 물어오는 고객을 모른척할 수 없었다.

“하동정가입니다.”

고객은 마치 고향에서 만난 친척처럼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전남 화순이 고향이라고 대답하자 자신과 본관, 파가 같다며 아주 반가워했다. 예상대로 한참이나 대화가 이어졌다. 광주에서 공부해 서울로 취직했으면 출세했다며 즐겁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통화가 길어져 기다렸을 다른 고객에겐 미안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가 흘렀다. 지역번호 061인 전라도번호가 떴다. “안녕하십니까? 키움증권 정OO입니다.” 고객에게 반갑게 인사했더니 “정? 정OO이여?” 수화기 너머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니가 화순사는 정OO이여?” 나도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 안부인사를 건넸다.

“아따~ 내가 그동안 니를 얼마나 찾았는디. 계속 다른 사람하고만 연결되드만. 잘지냈는가?” 고객은 나와의 통화를 위해 그동안 30통 정도 다른 직원들과 통화했다고 한다. VIP처럼 담당직원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특정 직원과 연결이 어려웠을텐데 한 달여에 걸친 수십번의 시도 끝에 정OO인 나를 찾으신거다.

“내가 너를 수첩에 정OO이라고 안까묵게 잘적어놨다.”

이런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고객의 호의가 부담스럽기도하고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내가 그렇게 잘해드린 건 아니었는데..’하는 생각에 작은친절에 이렇게까지 칭찬을 해주시다니 감동이었다.

고객만족센터 게시판에는 고객들이 친절한 직원에게 칭찬하는 글을 남길 수 있다. 거기에 이름이 오르면 영화티켓을 받곤한다. 그래서 고객들이 이름을 물어올 때면 내심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영화티켓보다 더 값진 칭찬이었다.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주고 반기는 고객덕분에 나는 조금 힘든 고객을 만나도 웃음과 정성을 잊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내이름 정OO이 다른 고객들 수첩에도 빼곡히 적힐 날이 올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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