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이겼냐'가 아닌, 샌더스가 클린턴을 크게 지원한 토론회"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회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의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매우 지루할 것”이라고 야유했다.

그는 “나도 토론회를 볼 것이지만, 얼마나 오래 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토론회를 진행하는 CNN 또한 공화당의 토론회보다 시청률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생각보다 상당히 오래 토론회를 시청한 모양이다. 민주당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논평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들도 덩달아 토론회를 지켜보게 됐다. 야후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트위터를 통한 ‘토론회 생중계’ 때문에 지켜보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든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토론회 시청률을 올리는 데는 집단적인 기여를 하게 됐다.

트럼프는 “전부 대본에 있는 얘기고 예행연습한대로 진행됐다. (최소한) 두 사람은 무대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조롱했다.

그러나 민주당 토론회에서는 자극적 언사로 ‘흥행 몰이’를 하던 공화당 토론회와는 차원이 다른 신선한 장면이 등장했다.

 

▲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메일 얘기는 그만두고 진짜 이슈를 얘기하자"며 선을 긋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활짝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CNN 화면캡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통상적인 정객이라면 상대의 약점에 관한한 닥치지 않고 파고 드는 법. 그러나 ‘민주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74세의 노 정치인은 격이 달랐다.

샌더스 의원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이 재임 중 개인 메일을 계속 사용했다는 시비다. 아무리 지엽적 문제라도 공화당이 계속 걸고넘어지면 이슈가 된다는 점을 클린턴 전 장관은 8년의 영부인 시절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미국 국민들은 당신의 지긋지긋한 이메일 얘기를 듣는데 아주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고 말한 샌더스 의원은 “이메일이 아니라 진짜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자. 이 나라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2700만명이 가난하게 살고 있다”며 자신이 출마한 본래 의도를 계속 고수했다.

청중들은 폭소와 환호로 호응했고 클린턴 전 장관은 활짝 웃으며 악수로 화답했다.

NBC는 “첫 번째 토론회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에게 커다란 선물을 줬다”고 평가했다.

상대당 후보가 물고 뜯기를 기대한 사람들로서는 TV를 부숴버리고 싶었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계속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후보 하나하나를 논평했다.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이 “이라크 투표와 이메일 등 그가 한 나쁜 결정들을 변호하는 힘든 일을 해야 한다”고 비난했고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흑인들 문제만 얘기했는데 힐러리는 대답을 안했다”고 말했다.

짐 웹 전 상원의원에 대해서는 “웹이 진짜 도널드 트럼프가 돼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10분 이상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그가 이렇게 내내 TV에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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