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야구 대표팀 코치들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놀라운 투지로 우승을 차지한 ‘2015 WBSC 프리미어 12’는, 또 한 번 국제 대회는 ‘악바리’ 선수들의 활약 무대임을 입증했다.

‘악바리’란, 신장은 별로 크지 않고 일발장타의 힘을 갖추지도 않았지만, 끈질긴 승부욕과 높은 출루율로 승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는 선수들이다. 현재 활약하는 선수 중에는 정근우, 이용규, 오재원 등이 해당된다.

악바리의 ‘필요악’에는 불가피한 다른 팀 팬들의 비난도 포함된다. 워낙 승부 근성이 철저해 상대 팀 팬들에게는 악바리가 아니라 악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언급한 선수들은 국내 리그에서는 9개 팀 팬들의 비난을 항상 몸에 달고 산다. 올해는 특히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이 리그 도중 많은 충돌을 일으켜 이런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하지만 프리미어 12 일본과의 4강전을 계기로, 팀을 막론하고 그는 모든 팬들로부터 전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8회까지 일본 투수들에게 꽁꽁 묶여 있던 경기에서 9회 대타로 나와 대역전의 시작이 되는 안타를 치고나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출루하면서 그는 일본팀 벤치를 향해 포효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더욱 인상적이었다. 어쩌다 한 번 나온 안타가 아니라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일갈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결승전을 중계한 안경현, 이승엽(현 삼성라이온스 선수) 해설위원은 오재원이 출장하는 모습을 보고 “나라를 구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팬들도 준결승전 승리 이후 여러 커뮤니티에서 “내가 오재원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라며 그의 활약을 기뻐했다.

프리미어 12에서의 활약은 오재원 개인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현재 자유계약선수(FA)가 돼서 팀을 바꿀 수도 있게 됐다.

얼마 전까지 오재원을 격렬히 비난하던 팬들이 자신의 응원팀 홈페이지에서 “어서 오재원을 영입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를 영입하려는 팀 관계자의 입장도 홀가분해진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팬들의 비난만 받고 있다면, 영입 후 성적에 대한 책임 부담이 더욱 커진다. 그러나 팬들의 비난이 호감으로 급전환된 마당엔 그런 의식을 할 필요가 없다.

오재원은 지난해 아시안 게임 우승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현재 그에 따른 군사기초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해 있다. 잠시 야구 현장을 떠나 있지만 세상은 그를 대신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줄 수도 있는 분위기다. 이 모든 것이 국가를 위한 격전의 현장에서 불굴의 투혼으로 공을 세운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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