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을 지칭할 때 ‘빈대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사람“이라고 비판한다.

▲ 이헌조 전 LG전자회장

그러나 “빈대 잡으려면 초가삼간이라도 태워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오늘의 LG전자 전신인 금성사를 창립한 원년멤버가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이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얘기할 때 그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오너와 아무 인연도 없는 그는 평 사원으로 락희화학공업(현 LG화학)에 입사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오너의 신임을 한몸에 받았다.

구자경 LG명예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이 결재받으러 오면 “이헌조와 상의해봤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런 이헌조 전 LG전자회장이 7일 0시 1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경남 의령 출신인 이 전 회장은 195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했다. 이듬해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창립멤버로 참여, 금성사 사장과 LG전자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전자산업의 발전을 이끈 전문 경영인이다.

금성사 사장 재임 시절 "붉은 신호면 선다"는 '원칙 우선', "빈대를 잡기 위해서라면 초가삼간이라도 태운다"는 '품질 우선'의 경영철학을 추구했다.

그의 원칙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LG전자는 대한민국 대표 전자기업으로  부상했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이 전 회장은 LG전자만의 고유용어인 '노경(勞經) 관계'를 창시했다. '노사(勞使)'라는 말이 갖는 대립적이고 수직적인 의미가 아닌,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노(勞)와 경(經)이 화합과 상생의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LG인화원장을 끝으로 199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사재 80여억원을 한국실학 연구단체인 실시학사(實是學舍)에 기부했다. 실시학사는 이후 공익재단으로 전환하고 '모하(慕何)실학논문상'을 제정해 2011년부터 시상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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