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초이스경제 장경순 칼럼] 세계의 유명한 부호이기도 한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올해 더욱 엄격한 '크리스마스 금지' 정책을 발표했다.

이슬람국가인 브루나이에서 크리스마스는 이슬람의 규율을 어기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처벌도 가혹하다. 종교지도자들은 현지 언론을 통해 십자가를 쓰거나 촛불을 켜는 것,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캐럴을 부르는 것,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것이 모두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위반하면 5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정부는 산타클로스처럼 차려입으면 이슬람교도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난해 경고했다.

기독교도들의 성탄절 축하는 허용되지만 과도하거나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은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을 철거할 것을 명령받았고, 서구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호텔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없앴다고 AFP는 전했다.

당연히 이같은 조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던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무리한 금지 조치는 오히려 자발적으로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지나친 크리스마스 강요가 가져오는 역풍도 존재한다.

서울의 외국인 교수 S씨는 커피숍에서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그의 아내 역시 외국인으로 가톨릭 신자다.

최근 그는 평소대로 커피숍을 들렀다가 7~8개의 캐럴이 내내 반복되는 것을 들어야 했다. 그는 절대로 아내의 종교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조심스럽게 귀가 괴로웠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해마다 한 달 정도는 이런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도 이 고통에 적응되지 못하고 있다.

브루나이 사례는 정치적 획일성의 강요다. S교수가 서울에서 겪고 있는 건 상업성과 섞인 문화적 무지함이다. 두 경우 모두 종교적 순수함으로 보기 곤란하다.

공통점도 있다. 이로 인해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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