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 1년 동안 패권적 행동 강화... 이란과 단교로 엔화환율 1%대 급락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새해 국제 외환시장의 4일 첫 외환거래에서 엔화가치만 대폭 절상됐다.

통상 미국 달러에 대해 주요 통화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엔화가 미국 달러에 대해 절상돼서 엔화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면 비슷한 폭으로 유로가치도 상승해 유로환율이 크게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4일 외환시장의 모습은 다르다. 미국 달러 대비 엔화환율이 오후 5시41분 현재 1달러당 119.10엔으로 지난해 12월31일에 비해 1%나 하락했다.

유로환율은 달러에 대해 상승하기는 했으나 1유로당 1.0927달러로 상승폭이 0.61%에 머물고 있다. 유로환율의 상승폭이 평일에 비해 큰 폭이긴 하지만 엔화환율의 변동폭 보다는 상당히 작다.

특히 이같은 변화는 아시아 시장에서 주로 벌어졌다.

이날 환율 급변동의 원인은 엔화의 아시아 역내 시장에서의 상대적 안전성에 있다.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하면서 정세 불안이 고조됐다.

엔화환율이 일본의 니케이지수와 동반 등락하는 최근의 특징도 반복됐다. 한국의 경우 코스피가 상승하면 원화환율이 하락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일본에서는 반대다.

니케이 하락은 금융 불안을 의미하고 이는 아시아 역내 가장 안전한 통화인 엔화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사진=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초 79세의 살만 국왕이 즉위하면서 역내 패권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번 단교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인 이란과의 종파 갈등이 우선 원인이지만, 두 나라는 석유시장 주도권을 놓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이 타결돼 이란의 석유 수출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벌써 두 나라는 신경전을 벌여 지난해 12월 OPEC 회담이 뚜렷한 결론없이 마무리됐다.

살만국왕은 예멘 사태에도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저유가를 주도하고 대외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커져 이달에는 사상 최초 해외채권도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복형인 압둘라 국왕이 90세로 서거하자 왕위를 계승한 살만 국왕은 혈통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정통 혈통의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건국 임금인 압둘 아지즈 국왕의 부인들 가운데 수다이리 왕비의 아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살만 국왕도 이에 해당한다.

그는 전왕에 비해 보수적 경향이 강하고 왕자시절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맞서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고 무자헤딘을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

즉위한지 한 달 만에 전왕의 아들들을 정보부장, 메카 지사 등에서 해임했다. 두 달 째인 3월에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4월에는 전왕이 정한 세자를 갈아치웠다. 이복동생인 무크린 제1왕세자를 폐세자하고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제2왕세자가 제1왕세자로 격상되게 했다.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는 살만 국왕의 조카로 그 또한 주류인 수다이리 왕비의 혈통이다. 제2왕세자에는 살만국왕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를 임명해 후계구도를 모두 수다이리 왕비 혈통으로 채웠다.

이제 80을 앞둔 살만 국왕이 즉위 1년 만에 이번에는 엔화환율까지 급락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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