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서 정해진 임기 소신껏 마치고 본업으로 돌아갈 것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문화계에 들어서기 전, 첫 직장인 은행 비서실에서 신나게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문화재단 직원들을 만나면서 당시 기분이 되살아나는 것이 무척 기쁘다.

하지만 은행 시절이 나에게 철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을 주고 있다.

내가 문화재단 사장을 맡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누가 벌써 연임하셔야 된다는 얘기를 한다. 취임 후 해가 바뀌기는 했지만 이제 두 달이 지났을 뿐이다.

단언하는데 나는 3년만 하고 돌아갈 것이다.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 개인 사업을 위해서다. 문화재단에 몰두하고 있으면 내 사업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다.

두 번째는 은행에서 얻은 교훈이다.

내가 다닌 은행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었다. 한국 금융사에 이처럼 의미심장한 곳이 부실대출 때문에 이름이 사라지고 말았다.

▲ 사진 출처=뉴시스

왜 망했나. 은행장의 연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금융 풍토에서 은행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서는 윗선(?)에 잘 보여야 했다. 윗선의 사람들은 은행장을 연임시켜주는 댓가로 무리한 요구를 했다. 그게 바로 관치금융이요, 부실대출이다.

“H에 대출해줘” “G에 대출해줘”

은행장이 연임을 하려다보니 이런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신뢰해 비서실로 이끌어 소신껏 일하게 해 준 분이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된 기업들에 대출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절대로 괜찮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참 아쉬운 일이다.

나로서는 평생의 교훈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곳 문화재단에서도 소신껏 3년만 하고 갈 것이다. 그 정도면 아쉬울 것이 없다. 연임하겠다고 절대 비굴해져서는 안된다.

필요한 예산을 받으려고 소신을 접을 필요도 없다.

예산을 통과 시켜주면 약속한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고 아니면 월급만 받다 가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구의회는 내가 설명한 내용을 수긍해 예산을 통과시켜줬다.

이제 나는 이 예산을 시드머니로 활용해서 불려야 한다. 하나를 두 개, 세 개로 만들어야 한다.

3년 동안 내 소신껏 일해서 돈 버는 문화재단을 만들고 나면, 나는 나의 개인사업에 다시 전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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