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명소, 땅값·임대료 올라 휘청...민관이 새 인프라 구축해야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서울 홍대 앞의 '인디문화'는 매우 유명한 문화 컨텐츠다. 이 문화는 누가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니라 자생적으로 생겨나서 더욱 값진 것이다. 한국인들의 본연에 간직돼 있는 문화적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매우 유감스럽게도 홍대 인디문화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곳이 문화적으로 유명해지자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갔고, 그 때문에 문화인들이 이곳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혹자는 이를 경제논리에 문화가 밀려난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잘못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제대로 된 경제논리가 아니다. 그곳이 왜 유명해졌으며, 왜 땅값이 비싸졌는지 근본 이유를 망각한 것이다.

어찌됐든 많은 문화인이 이곳을 떠나는 것이 현실인 이상, 다른 대체 지역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홍대를 떠나는 문화인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새로운 곳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내 판단이다.

일례로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주변 지역도 ‘새로운 문화의 거리’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현재 이곳은 먹거리 문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하루 유동인구가 무려 15만 명에 달한다. 단순 숫자만으로도 경제적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상권’이다. 유동인구의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홍대 앞에서 이탈하는 예술·문화를 이곳이 받아들이려면 문화 인프라가 좀 더 갖춰져야 할 필요는 있다.

그래도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능동로 분수광장의 공연도 그중 한 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던 많은 인디밴드가 이 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분수광장 공연은 나 또한 큰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지역이기도 하다.

분수광장 공연이 성공하고 소문도 나자, 관청에서도 이에 부응해 문화 역량 강화에 나섰다. 문화 관련 사업에 대해 구청이 1년 예산을 미리 집행해줄 정도로 깊은 공감대도 형성됐다. 또한 관청이 직접 나서서 문화 공간을 창출하기도 했다. 그곳이 바로 청춘뜨락이다.

청춘뜨락은 원래 ‘맛의 거리’안에 있는 150평 정도의 조그만 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방치돼 있어서 침침하고 청소년들이 흡연을 하는 그런 곳이었다. 악취도 많이 나는 곳이었다. 그런 곳을 구와 서울시가 3억 원이나 되는 예산을 들여 만든 것이 청춘뜨락이다.

젊은이들이 분수광장과 청춘뜨락의 공연을 보면서 “이제 이 거리가 제대로 되어간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문화계 인사 중 한사람으로서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분수광장에선 자기 음반도 취입한 세미프로들이 주로 활동하고, 청춘뜨락은 대학 동아리와 같은 순수 아마추어들이 나와 역할 분담을 하면서 각자 특색을 갖춰가고 있다.

건대 주변 지역의 사례를 좀 더 얘기하자면, 이곳은 중국 학생들이 많다는 특징도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이다.

이들이 여기 와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와 가족이 자주 방문한다. 중국인들 전문 음식인 양꼬치 거리가 형성된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꼬치만 먹고 가게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공연 뿐만이 아니라 예술품을 감상할 기회도 제공해서 문화적 관광 명소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꼬치도 먹지만, 공연과 전시회도 감상한다면 한마디로 삼위일체를 갖춘 관광 명소로 발전될 것으로 여겨진다.

건대 주변을 예로 들어 얘기한 것이지만, 어느 지역이나 문화를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다 마찬가지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민관이 함께 인프라부터 마련해줘야 한다.

과거의 음침했던 모습을 더 이상 찾을 길 없는 활기찬 청춘뜨락의 모습은 모범 사례다. 청춘뜨락은 정말로 공무원들이 나서서 이룩한 변화다. 힘찬 박수를 받아 마땅한 관료들의 모습이다.

민관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주요한 주체가 문화 인프라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 바로 학교다.

지역에 소재한 대학이 있다면 그 곳의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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