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트 팩토리는 수익형 문화 사업의 첫 번째 구체적 방안

▲ 지난 2014년 서울 시내 문구점에서 판매한 해골 형태의 전화기. 팝아트를 활용한 사례다. /사진=초이스경제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예술은 항상 신세만 져야 하는가. 다시 말해 문화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누가 주는 예산에만 의지해야 되느냐다. 문화 사업은 자기 스스로 살아남는 것이 불가능한가라는 질문도 된다. 내 대답은 ‘아니오’다.

나는 문화재단 사장을 맡으면서 인터뷰를 통해 “생산하는 문화재단이 되겠다”고 공언했었다. 스스로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생각도 없이 꺼낸 얘기는 아니다.

나는 나의 공언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우선 팝아트 분야를 제시한다. 물론 다른 것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현재 내가 구체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팝아트라는 얘기다.

팝아트는 쉽게 말해서 현대그림이다. 단어 자체는 대중적 예술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머그잔에 들어간 간단한 디자인, 만화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최근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마릴린 먼로를 그린 그림도 팝아트의 하나다.

나는 나의 계획에 팝아트 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장’이란 뜻의 팩토리는 예술인들에게 생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 많은 물건이 만들어지듯, 많은 예술품들이 창조돼 대중에게 예술을 가깝게 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 그 의미가 참으로 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팩토리라는 말을 좋아한다.

팝아트 팩토리를 만들어 작가들에게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물감부터 종이, 붓 등 작업에 필요한 재료도 제공한다. 이 작가들과 일종의 매니지먼트 계약도 체결한다. 작가들이 예술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면 팝아트 팩토리는 분기에 한 번, 또는 1년에 세 번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것은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팝아트 전시회는 많은 유관기관의 흥미를 유발한다. 일반 관객도 오겠지만, 팝아트가 쓰이는 많은 기업의 사람들도 방문한다. 팝아트는 제빵제과, 백화점, 도자기, 자동차, 가전제품 등 안 쓰는 곳이 거의 없다.

기업 사람들이 이미지에 적합한 그림이나 디자인을 발견하면 이를 구입한다. 그림 가격은 몇 백 만원에서 크게는 1000만원 2000만 원에 이른다. 이것이 팝아트 팩토리의 수입이 된다. 이를 작가와 나누는 것이다.

이게 제대로 잡히면 굉장히 큰 자원이 된다. 정착이 되면 안정적 환경이 필요한 작가들이 모이게 된다. 아티스트들의 본산지가 되는 것이다.

거리 곳곳에 팩토리의 작품을 전시할 수도 있다. 정기적인 전시회 뿐만 아니라 상설전시 공간도 만들 수 있다. 컨테이너박스 두 개를 연결하면 훌륭한 전시 공간이 탄생한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가 활동하고 있는 대학 주변 지역에 적용하면 기존의 이 곳 젊은이들 문화, 음식 문화와 함께 어우러져 훌륭한 문화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생산하는 문화재단이 돼야 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뭘로 생산할 건데?”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첫 번째 주력사업으로 내가 제시하는 해답이 팝아트다.

이것은 나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의지와 열정,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팝아트 분야의 생존력은 어마어마하다. 거대한 기업제품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문자메시지에 많이 쓰이는 이모티콘에도 적용할 수 있다. 팝아트를 활용한 이모티콘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것이다.

앞서 나는 문화 사업을 할 때 해당 지역에 학교가 있다면 동반자로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의 미대에는 팝아트 전공학과가 없다. 미대 다니며 산업디자인 하다가 팝아트에 관심이 생겨서 뛰어든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성악가가 대중가요를 부르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금 팝아트 형편이 약간은 그와 비슷하다. 정통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팝아트가 그림이냐”고 냉소하기도 한다. 이것은 시대 흐름을 모르는 얘기다.

아쉬운 현실이기는 하지만 또한 문화 사업하는 사람들과 대학이 협력할 소지가 더 많아질 배경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산학연계를 하는 것이다. 팝아트 사업을 하는 측의 작가들이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학생들이 작품을 만들도록 도와준다. 학생들만의 작품 전시도 한다.

길게 보면 팝아트를 전공하는 교수도 대학에 가야 한다. 팝아트는 미술의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 어느 분야보다 강한 자생력을 가진 분야다. 이를 외면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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