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일부 공연지역, 임대료 문제 불거져...대체할 지역도 많아

[초이스경제 김용기 논설위원 칼럼] 최근 홍대 지역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많은 예술인들이 이곳을 떠나는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나는 이것이 참 잘못된 현상임을 지적했다.

잘 알려진 대로 서울 홍대 앞이 유명해진 것은 예술 활동 때문이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곳이 번화해져 상당수 예술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그래서 예술인들이 밀려나는 상황을 초래하는 건 여기가 왜 발전했는가를 망각하는 것이다.

대학로는 이에 비하면 아직 순수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공연을 보러 대학로를 자주 간다.

하지만 대학로라고 해서 사정이 마냥 다른 것도 아니다. 여기서도 건물 임대료 문제가 불거지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극장을 운영하는 분들은 대관료에 손을 대기도 한다. 또한 이는 대학로 예술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 닫는 극장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지켜보는 나는 기존 흥행지역에서 밀려나는 공연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가져 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예컨대 건대지역도 대체 지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곳은 하루 유동인구가 자그마치 15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건대지역이 아니라도 좋다. 다른 대체지역을 찾아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공연 인프라를 계속 육성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대학로에서 건대지역으로 이미 일부 옮겨간 작품도 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다. 대학로에서 국내 창작으로 가장 성공한 작품은 ‘빨래’이고 그 다음이 '담배가게 아가씨'라고 평가한다.

건대지역을 비롯해 다른 지역을 찾는 분들에게도 굳이 대학로나 홍대 앞에 가지 않고도 유명한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는 일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기존 공연가가 경제적으로 예술인에게 어려움을 제공하는 상황이 돼 있다면 그저 앉아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듭 말하지만 굳이 건대지역이 아니라도 좋다. 홍대 앞이든 대학로든,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더 이상 예술인들이 머물 형편이 못 된다면, 얼마든지 다른 대체 지역을 육성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기존의 유명한 예술 명소가 사라지는 것은 예술계 전체의 관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새롭게 도약을 꿈꾸는 지역에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서울 시내에 어떤 경우든 예술인이 갈 곳은 반드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공연 공간을 제공하는 극장장으로서는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이 주식을 살까말까 판단하는 것과 같다.

앞서 나는 초연 작품의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초연작품을 무조건 안 받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작품의 여건을 살펴본다. 제작자를 보고 투자자를 본다. 출연자도 살펴본다. 때로는 출연진에 유명한 ‘아이돌’ 연예인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런 것들은 초연이라고 하더라도 실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물론, 대관료를 받는 극장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연의 성패가 재정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공연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대관료만 받으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금물이다. 극장은 이미지 사업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공연했더니 접근성이 좋아 사람도 많이 오고 서비스도 좋았다” 이런 평가를 듣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거기 서비스도 안 좋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더라”고 하면 극장은 금방 죽는다.

유명한 연주자 한두 명 데려오면 극장 이름이 확 올라가는 확실한 방법도 있긴 하지만 “어려운 초연을 했는데 생각보다 선방했어. 극장도 좋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현실적 균형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예술적 완성도와 흥행 사이의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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