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까지 고액 레슨받고 유학을 다녀와도 설 무대가 없어

▲ 사진 출처=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논설위원 칼럼] 요즘 초중고생들에게 장래희망 1위는 '연예인'이다. 판사나 검사, 의사는 저 밑에 내려가 있다. 연예인 중에서도 가수가 가장 앞선다고 한다. 한 때는 개그맨이 1위라고 들었는데 순위가 바뀐 듯하다.

연예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광대라는 표현으로 연예인을 낮게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연예인의 신분은 ‘대중 예술인’이라는 명칭으로 더 잘 표현된다. 연예인을 광대라고 낮춰보던 과거에도 전통 예술이나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은 고귀한 신분으로 우대했었다. 지금은 대중 예술인 또한 이러한 예술인의 큰 범주에 들어간다.

예전에는 배우나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집안 어른들이 호통치고 꾸짖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면 엄마가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아이들을 뒷바라지한다.

아이들이 대중예술인에 뜻을 세우면 어린 나이에서부터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인식의 장벽은 이미 허물어져 있다. 요즘 아이들이 앞다퉈 이쪽으로 가려고 한다.

직업상 예술인의 길 자체가 가시밭길이다. 그런데 더 많은 아이들이 뛰어드니 이들이 성장했을 때 설 수 있는 일터(무대, 직장)는 오히려 더욱 좁아질 게 분명하다. 문화재단이 이런 비좁은 기회를 최대한 넓히는 역할도 해줘야 한다.

앞서 나는 공연예술가들이 처한 험난한 현실을 얘기했다. 초연 작품은 웬만해선 재정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그 이상의 실패 속에서 살아남은 공연예술가들만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작품의 희열을 누릴 수 있다.

예술인들의 험한 삶은 공연예술가 뿐만이 아니다. 음악가들도 마찬가지다.

바이올린의 예를 들어보겠다. 현실에 비춰 상당히 형편이 좋은 사람의 경우를 들어 얘기하겠다.

집의 아이에게 4세쯤부터 바이올린을 가르치게 된다. 한 달에 10만 원 정도 학원비를 내면서 가르친다. 그런데 애가 제법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한번 제대로 가르쳐보자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레슨에도 등급이 있다. 좋은 선생님을 모셔오면 레슨비가 확연히 달라진다. 한 달에 10만 원이 아니라 시간당 몇십만 원을 내가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바이올린 공부를 시킨다. 이렇게 해서 대학을 가면 대학에 가서도 레슨을 받아야 한다. 돈이 없으면 예술 공부를 시킬 수가 없다.

이미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지만 대학 졸업으로 끝이 아니다. 유학도 갔다 와야 할 경우가 많다. 4년 정도 유학을 보내게 된다. 유학을 갔다 올 때가 되면 이미 바이올린 공부를 위해 아파트 몇 채를 팔아치운 후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공부를 한 후에는 무얼 할 것이냐다. 설 자리가 없다. 무대, 그리고 일터가 없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문화예술 무대는 더욱 좁아진다.

취직을 하면 좋겠지만, 음악 공부한 사람에게 취직이란 오로지 대학 교수자리 뿐이다.

하지만 대학 교수 자리가 그렇게 쉽게 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공부한 사람은 쏟아지는데 좀체 자리는 나지 않는다.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마치 형벌을 받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현실이다. 음악을 포함해 모든 예술 분야에 뛰어든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다.

이걸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해소 방안은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나처럼 공공 문화재단에 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고민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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