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테이커와의 경기를 마친 셰인 맥맨이 안전요원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나가고 있다. 그는 빈스 맥맨 회장의 아들이다. /사진=WWE 홈페이지 캡쳐.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재벌3세 남자에게 우레 같은 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사람은 이 회사의 직원들이 아닌 고객들이다. 무려 10만명이 넘게 운집했다.

자산규모 5000억원의 이 회사는 규모만 보면 대단한 재벌급인가 싶기도 하지만 명백히 중소기업의 수준은 넘어섰다.

고객들의 환호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귀하신 금수저 3세는 현재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 무려 6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셰인 맥맨이다.

빈스 맥맨 회장의 아들이며, 이들 가문이 소유한 회사는 WWE,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다.

지난 3일, 미국 프로풋볼(NFL) 댈라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인 AT&T 스타디움에서 WWE의 연중 최대행사인 레슬매니아가 열렸다. 올해로 32번째인 이번 행사에서 역대 최대 관중 기록이 새로 세워졌다.

10만 관중이 보는 앞에서 셰인은 이 회사의 ‘종업원(?)’들인 프로레슬러처럼 경기에 출전했다. 상대는 1990년대 이후 이 단체 최고의 스타 ‘언더테이커’다.

원래 훈련받은 선수 출신이 아닌 올해 46세 셰인은 예전에 간간이 보여주던 장거리 점프 킥도 한 차례 구사했다. 한동안 WWE 무대에서 사라졌었지만 이날을 위해 꾸준히 운동을 했던 모양이다.

거기다 그는 10만 명이나 고객을 모신 자리에 걸맞게 특별한 하나를 추가했다. 그게 바로 6미터 높이 철망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셰인이 뛰어내리기 직전, 중계 테이블 위에 누워있던 언더테이커는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 바람에 셰인은 오로지 테이블만을 완충장치로 삼아서 세게 몸을 떨어뜨렸다. 
 

▲ 6미터 높이의 철책 위에서 셰인이 바닥의 언더테이커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사진=WWE 홈페이지 캡쳐.

 

▲ 떨어진 충격으로 테이블을 박살내며 바닥에 부딪힌 셰인. /사진=WWE 홈페이지 화면캡쳐.


WWE는 프로레슬링이 연출에 의한 것임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WWE의 안전 홍보 문구가 강조하듯, 경기 내용은 연출이지만 그에 따른 위험은 절대 연출이 아닌 현실이다. 실제로 경기 도중 레슬러가 공중에서 추락해서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었다.

이날 셰인은 위험을 감수하는 레슬러들의 모습을 자신도 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전문적인 고도의 훈련을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다. 금수저의 방탕한 생활을 해서는 어림없는 얘기다.

그가 들것에 실려나간 장면 자체는 보여주려는 의도가 섞여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은 몸이니 무조건 안정을 주기 위해 당연한 조치이기도 하다.

관중이자, 고객들이 박수를 보내는건 어려운 묘기 하나 때문이 아니다. 그런 묘기는 전문 레슬러들이 수도 없이 많이 보여주고 있다. 팬들은 이 회사의 소유자 일가가 팬들과의 일체감을 유지하기 위한 헌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것이 단순히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는 정도가 아니다.

레슬러들처럼 언제나 운동하는 신체를 유지하려할 뿐만 아니라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이다. 이 세계는 소속 선수들이 목숨을 걸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에 지켜지는 것이다. 승패는 연출이지만 위험은 연출이 아닌 세계다. 바로 그런 사업의 성격상 회피할 수 없는 고난을 사주들부터 직접 끌어안고 나섰다는 점이 이 세계에서의 고객 감동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업을 물려받는 금수저의 처신은 한국사회에서 끊임없는 논란을 만들고 있다.

금수저가 말썽을 부렸을 때, 그를 친구로 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본래 심성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매우 여리고, 또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그래서 자꾸 자신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장벽을 쌓는다. 그 벽이 조금이라도 무너질까봐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무리한 행동도 저지른다.

장차 국민 경제의 큰 부분을 담당해야 할 사람인데 매우 특별한 가정 내에서만 싸서 키운 결과가 아닌가 지적한다.

선택은 두 가지 가운데 하나다. 하나는 대중과 격리된 채로 자라서 대중과 격리된 기업만 떠맡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이들의 경영 능력에 걸맞게 점점 고객층을 최상층 비슷한 부류 고객들만 상대하는 고급 제품이나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다. 사업규모는 지금보다 줄겠지만, 금지옥엽으로 키운 귀공자들에게는 맘 편히 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거대 기업을 이끌어야할 스트레스에서 해방된다면 재벌가 자제들이 아랫사람들과 불미스런 충돌을 벌일 심리적 이유도 크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많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기업으로 계속 발전시켜 가는 것이다. 그런데 금수저들만의 정서에 쌓여있어서는 낭패를 보기 쉬운 일이다. 이 경우의 해답을 시사하는 게 바로 WWE의 셰인 맥맨이다. 가문의 틀을 벗어나서 내 회사 제품을 쓰는 고객들 틈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뛰어내리고 몸을 날린다. 그런 동작이 나오려면 얼마나 피나는 훈련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 터득한다. 때로는 1년 내내 피땀 흘려 연마한 동작이지만 고객의 차가운 반응만 확인하는 때도 있다. 바로 그런 것이 회사를 계속 지켜나가는데 중요한 교훈이 된다.

그래도 어떻게 귀하신 회장님 자제분에게 저런 험한 일을 시키나. 그런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기업의 마케팅 대상도 다수 대중이 아닌 최상층 1%의 갑부층으로만 좁히는 편이 낫다. 그리고 프로레슬링하는 기업이니 6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리지, 다른 업종의 기업은 팬들 틈에서 ‘오너’ 자녀가 성장하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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