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일본은행이 정책회의를 마친 28일 니케이지수가 3.61%나 폭락한 것은 쓸데없는 헛발질 정책이 부른 참사에 해당한다.

이날 일본은행이 내린 결정은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것만 봐서는 일본은행이 헛발질을 한 것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번 회의를 전후한 상황이다.

지난 22일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일부 대출에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엔화환율이 이날 중 2.33엔이나 올랐다. 근래 찾아볼 수 없는 폭등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도 여파가 미쳤다. 원화환율은 최근 엔화보다는 위안화에 연동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날은 엔화환율 상승세가 너무나 커서 원화환율까지 끌려들어갔다.

하지만 새로 한 주가 시작된 25일부터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12엔도 넘을 것 같던 엔화환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일본의 환율조작 시도를 미국이 좌시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로이터는 일본은행 정책회의를 앞두고 의견이 근소한 표차이로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마음먹는 대로 무조건 일본은행이 ‘실탄 과시’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28일 기존의 정책을 유지한다는 결정이 나오자 엔화환율은 무섭게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오후 3시27분 현재 108.66 엔으로 2.51%나 떨어졌다. 강한 엔화를 견디지 못하고 니케이지수는 624.44포인트 내려앉았다. 엔화환율을 따라 폭등했던 원화환율도 허둥지둥 왔던 길 되돌아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금리 인상 기조를 상당히 누그러뜨리는 듯한 행동을 취했는데도 그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코스피도 0.72% 하락했다.

일본의 통화당국이 쓸데없는 승벽을 과시한 후폭풍을 아시아 전체 시장이 뒤집어쓴 결과다.

통화정책은 차분한 수학의 예술로 분류되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선언적 효과만을 노린 결과다.

일본이 오는 5월 G7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은 현실을 감안해 한 차례 쉬어갔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러나 6월 이후라고 해서 일본이 마음대로 시장을 무시하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무시한 오기를 부릴 수 있는 입장은 못 된다. 오기를 부릴수록 이번처럼 피해는 시장이 뒤집어쓰게 된다.

이는 최근 한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당국자들이나 정권 담당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유례없이, 정권담당자들이 통화정책에 안면몰수하고 간섭하는 행태를 그치지 않고 있다. 1989년 무분별하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남용하다 20년 세월 부실 청산에 시달린 교훈조차 망각하고 있다.

28일 일본 금융시장의 참사는 한국의 정권 담당자들이 더욱 뼈저린 교훈으로 여겨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권에 의해서 중앙은행이 남용당한 피해는 하루 주가 폭락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나마 헛짓을 하려다 멈칫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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